<앵커>
이혼 뒤 아이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 신상을 공개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양육비해결모임 대표에게 법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게시한 내용 일부에 허위 사실이 포함됐지만, 비방 목적이 아니라 양육비 지급 필요성을 강조한 거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조윤하 기자입니다.
<기자>
이혼한 뒤 전 배우자에게 양육비를 안 준 부모들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운영자인 양육비해결모임 대표 강민서 씨는 지난해 6월, 양육비를 주지 않은 A 씨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일부 허위 사실을 포함한 혐의로 고소돼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벌금 100만 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강 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1심 법원은 오늘(29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게시된 글 일부가 허위 사실이었지만, "제출된 자료와 양육비 지급을 명한 판결문 등을 검토했을 때 강 씨가 올린 글을 허위로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또 "게시글에는 양육비 지급 필요성이 강조됐을 뿐, A 씨에 대한 분노나 사적 감정이 담기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허위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글을 올린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큼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강민서/양육비해결모임 대표 : 오로지 양육비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지 비방의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을 재판부에서 인정해줬다는 것은 감사한 일인 것 같고요.]
재판부는 이번 판결이 신상 공개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강 씨는 신상 공개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강민서/양육비해결모임 대표 : 양육비 해결에 도움이 필요하면 제가 고소·고발의 두려움 없이 진행할 겁니다.]
신상 공개를 통해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국가가 우선 양육비를 지급하고 지급 의무자에게 청구하는 대지급제를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최대웅, 영상편집 : 정성훈, CG : 이종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