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4·15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새판짜기가 본궤도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이 있습니다.
선거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의 국회 통과를 무기력하게 지켜본 것처럼 현재의 정치 지형으로는 정국 최대 분수령인 총선에서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깔렸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보수통합으로 대표되는 정계개편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당은 통합추진위원회를 제안한 것은 물론, 야권 인사들과의 물밑 접촉 사실을 우회적으로 알리며 군불 때기에 한창입니다.
한국당은 '반문(반문재인) 빅텐트'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대상에 대해 "특정 정당이나 단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존 보수세력은 물론 중도세력까지 겨냥한 발언입니다.
다만 1차 논의 대상으로는 오늘(3일) 바른미래당에서 집단 탈당한 유승민 계를 꼽고 있습니다.
한때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교감했던 인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당이 어제 탈당파의 재입당을 전면 허용키로 한 점도 이들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언론 통화에서 "유승민 의원 쪽과 계속해서 통합에 관해 이야기해왔다"며 "'큰 통합'이 목표이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유 의원 쪽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동시에 한국당은 안철수 전 의원을 비롯한 안철수 계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중도 확장'을 다분히 의식한 것입니다.
'보수 빅텐트' 구상의 본질과도 부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당 지도부에 속한 한 인사가 안철수 계 의원들과 직접 접촉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안 전 의원의 상징성 때문에 공을 들여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의 뜻대로 '보수 빅텐트'라는 야권 새판짜기가 가능할지는 현재로서 미지수입니다.
유승민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5일 새로운보수당 창당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거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일단은 통합 논의 대신 새보수당 창당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여기에 유 의원이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온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헌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 짓자'는 보수재건 3원칙을 한국당이 얼마나 수용할지도 관건입니다.
안철수 전 의원은 어제 정계 복귀를 선언했지만, 구체적 행보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안 전 의원 앞에 바른미래당 잔류, 한국당과의 통합, 새로운보수당 합류, 새로운 신당 등 여러 선택지가 놓인 가운데 안 전 의원은 '귀국한 뒤 상의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힌 상태입니다.
다만 한국당 주도의 보수통합에는 일정한 거리를 두는 모양새입니다.
안 전 의원의 측근인 김철근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국정운영 실패를 단적으로 보여주며 탄핵 당한 세력이 앞장서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한국당과 유승민 의원, 안철수 전 의원과의 보수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이들의 각자도생이 점쳐집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새 선거법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유 의원의 새로운보수당, 안 전 의원 모두 '독자 세력'을 구축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습니다.
유 의원이 '개혁보수'를 내걸며 '자강론'을 강조해 왔다는 점, 안 전 의원이 4년 전인 지난 20대 총선에서 이미 '안풍'(안철수 돌풍)을 일으켰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보탭니다.
다만 한국당은 야권 새판짜기가 물거품이 돼 현 구도대로 선거를 치를 경우 패배할 수 있다는 절박감 아래 보수통합의 '플랜 B'로 총선에서의 '보수 연대'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습니다.
한국당 박완수 사무총장은 오늘 인터뷰에서 "전체를 완벽히 보수 통합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일부는 이뤄낼 것"이라며 "보수통합이 안되어도 총선에서는 보수 연대를 해서라도 총선에서 승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