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갑자기 쓰러졌던 남성을 지나가던 시민과 소방관이 함께 살려냈던 장면입니다. 재빠른 심폐소생술과 소방관이 들고 왔던 자동심장충격기가 생명을 구했습니다.
이렇게 급할 때 대비해서 서울 곳곳에 8,500개가 넘는 자동심장충격기가 설치돼 있는데 과연 그 관리는 잘 되고 있을지 현장 취재 거침없이 간다에서 백운 기자가 확인해봤습니다.
<기자>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입니다.
관리사무소 앞에 설치된 자동심장충격기의 유효기간을 확인해 봤습니다.
환자 가슴에 붙이는 패드 유효기간이 아동용은 1년 8개월, 성인용은 3년 9개월이나 지났습니다.
[공하성/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유효기간이 지난 패드를 사용할 경우, 인체에 접착이 잘 안 돼서 심장박동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평균수명 4년인 배터리 생산연도는 2013년, 2년 전에 갈았어야 합니다.
[오병현/종로구 환경감시단 : (이 배터리는) 교체하는 거죠. 충전하는 게 아니고. (4년 지나면 일종의 방전이 된다는 거죠?) 그렇죠.]
보관함을 열면 환자가 발생한 것을 알리기 위한 경보음이 울려야 하는데 건전지가 다 돼 이마저도 울리지 않습니다.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일반 건전지입니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이 응급의료기기가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고 말합니다.
[탑골공원 관계자 : 오늘 처음 봤어요. 근무일지 보니까 점검했다는 기록 같은 건 없던데? (구청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점검 나와요?) 무슨 한 달에 한 번? 일 년에 한 번도 안 나오죠. 이게 설치돼 있는지도 모를 거예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다다른 경로당.
경로당 안에 설치된 자동심장충격기 역시 보관함을 열어도 경보음은 울리지 않고 패드 유효기간도 1년 6개월이나 지났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경로당에서 기기를 쓸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박복순/이화경로당 회장 : (지금 써보실 수 있으세요?) 지금이요? (예, 쓰는 방법을 아세요?) 쓰는 방법을 저는 모른다고요. (다른 분들은요?) 예, 다 몰라요. 교육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예 이 기기를 쓸 수 없는 곳에 설치한 곳도 있습니다.
이렇게 문 앞에 자동심장충격기 설치 시설이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문이 잠겨 있어서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안을 확인해 보니 자동심장충격기는 사무실 냉장고 위에 방치돼 있습니다.
서울에 설치된 자동심장충격기는 8,500여 개에 달하는데 관리 문제 지적에 서울시는 인력 탓만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 : 담당하는 직원이 (자치구에) 한 명 정도 있을 거예요. 종로는 지금 심장충격기가 저희가 파악하기로 289대가 설치돼 있거든요. (직원 한 명이) 다른 업무 하면서 부수적으로 하다 보니까….]
자동심장충격기가 아무리 많이 설치돼도 지금 같은 관리 실태라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편집 : 소지혜, VJ : 김형진, CG : 장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