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독재에 맞서서 민주주의를 지켜냈던 5·18 민주화 운동을 모독하는 발언들은 사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그 망언들이 어디서 시작됐고, 또 어떻게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인지 박세용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5·18 팩트로만 증명된 북한 특수군." 지만원 씨가 재작년에 펴낸 책입니다.
여기 보시면 5·18이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은 2002년부터라고 돼 있습니다.
당시 5·18을 북한이 군중을 선동해서 일으킨 폭동이라고 신문 광고를 냈다가 구속되기는 했는데 1년도 채 안 돼서 집행유예로 풀려났습니다.
허무맹랑한 주장, 더 과감해졌겠죠.
2008년에는 북한 특수군이 5·18 작전지휘를 했을 것이라고 자기 홈페이지에 올려서 재판에 넘겨졌는데 1, 2심 무죄, 또 2012년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이게 누구를 꼭 집은 게 아니고 5·18 유공자 숫자도 많아서 비난이 희석되다 보니까 명예훼손은 아니라는 이유였습니다.
물론, 당시 판결문에는 북한 개입은 사실이 아니라고 적시가 됐습니다.
그런데 단지 '무죄'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극우 성향 사이트, 일베를 중심으로는 5·18 북한 폭동설, 또 전두환 씨를 찬양하는 시대착오적인 글들이 급증했습니다.
지만원 씨는 이런 분위기를 악용했습니다.
2015년부터는 광주 시민 사진을 '광주에 내려온 북한특수군', 줄여서 '광수'라고 했다가 지난해까지 4건의 고소를 당했습니다.
과거 무죄 사건과 달리 이것은 피해자가 특정되어서 명예훼손 처벌이 가능한 건데 사건 4개를 묶어서 처리하느라 1심 판결 지금 4년째 안 나고 있고요, 그 사이 전두환 씨가 회고록을 내면서 지만원 씨를 인용해서 북한특수군 얘기를 또 쓰고 부인 이순자 씨는 전 씨를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낯뜨거운 일도 벌어진 겁니다.
지만원 씨의 망언, 극우 사이트의 역사 왜곡, 또 전두환 회고록의 허위 주장이 20년 가까이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마치 괴물처럼 자라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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