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년 전에 중학교에 입학한 지 2주 된 신입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습니다. 또래 친구가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괴롭혔던 것이 확인됐는데, 딸을 잃은 부모는 지금도 학교를 상대로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희원 기자가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2017년 3월, 서울의 한 중학교 1학년 A 양이 조퇴한 지 2시간 만에 집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15층 높이 옥상에서 추락한 상태였습니다.
경찰 조사 끝에 A 양이 또래 친구로부터 SNS를 통해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가해 학생은 A 양에게 욕설을 하거나 훔치지도 않은 물건을 훔쳤다며 도둑으로 몰았습니다.
A 양이 SNS 방을 나가면 다시 초대해 괴롭혔습니다.
사고 당일 A 양은 배가 아프다면서 학교에 조퇴를 신청했는데, 당시 교사는 학부모에게 이를 확인하거나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외동딸을 잃은 아버지는 지금도 죄책감에 시달립니다.
[A 양 아버지 : 'ㅇㅇ이 잘 왔냐'고 문자라도 하나 넣어줬으면… 아이 엄마는 집에 있는데 (아이는) 그 시간에 옥상에서 갈등하고 있는데… (학교에선) '열두 살은 어린이가 아니고, 사리판단 할 나이다. 억울하시면 법으로 하세요'라고…]
A 양 사망 이후 학교가 작성한 보고서도 허점투성이였습니다.
A 양의 교우관계가 '원만하다'고 기록돼 있는가 하면 아예 표기하지 않은 항목도 절반이나 됐습니다.
당시 교장은 학교폭력 예방과 학생 인권을 담당하는 교육청 부서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최근 학교폭력의 추세가 정서적 폭력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관련 제도는 여전히 물리적 폭력에 맞춰져 있어 적합한 대응이나 처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신경민/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교육위) : 법의 미비가 분명히 있을 거고요. (학교 폭력을 해석할 때 이미) 신체적인 좁은 개념의 폭력만 가지고 얘기해서는 안 되는 상황까지 온 거죠.]
A 양 부모는 지난달 학교 책임자 등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영상편집 : 오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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