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지만 여리지 않아요. 당당하게 그곳을 쳐다보고 있어요”
<소녀상 조각가> 김운성·김서경 부부 인터뷰
김운성씨: 2011년도 요즘 때지, 이렇게 추울 때 일본 대사관 앞을 지나가는데 거의 20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수요 집회를 하고 있더라고요 제 자신이 창피해지고 부끄러워지고, 미안하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찾아가서 '제가 너무 죄송하지만 미안하지만 지금이라도 뭘 할 수 있는 부분들을 해야겠습니다. 미술 하는 사람이니까 미술 할 수 있는 부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는 마침 2011년도 12월 14일에 할머님 1000차 수요 집회인데 그것을 기리기 위해선 작은 비석을 하나 세우려고 하는 계획이 있습니다, 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그 비석 디자인 하는 중에, ‘일본에서 비석을 세우지 마라.’ 이렇게 나온 거예요. 그래서 ‘어, 그 얘기가 무슨 얘기지?’, ‘저 사람들이 왜 비석을 세우지 말라고 그러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고민하다가 반감이 생긴 거죠. 그래서 이걸 조각으로 합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좀 더 공감이 갈 수 있는 그런 것을 제작을 합시다 라고, 저희가 이제 제안을 했고, 그것을 이제 받아들인 거예요.
아시다시피 이게 할머님들의 20년간 수요 집회잖아요. 그래서 할머님 상을 고민했어요. 김서경 작가가 작은 소녀상을 이렇게 만들고선 ‘이런 걸로 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의견을 제시한 거예요
김서경: 그 일을 당했을 때는 소녀였거나 젊은 여인이었어요. 그런데 그 시절을 다 잊어버린 거잖아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또 고통 받는 세월이 있으셨고 91년도까지 아무 소리도 못하셨고. 그런 아픔들을 좀 담으려면 어떠한 모습이여야 될까 고민하다가, 이건 소녀가 앉아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일단 처음에는 다소곳하게 있는 소녀상을 제시를 했죠. 소녀상은 그냥 깔끔한 단발이었고 투실투실한 모습의 소녀상이었어요. 그런데 일단 그 앉아있는 소녀상을 만드는 것까지는 합의를 본거예요. 왜냐하면 할머님들이 매주 수요일에 앉아서 그 자리에 계시거든요. 만드는 과정에서 할머님들이 그 자리에 있으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고 계셨을까. 그리고 할머님들은 어떤 고통 속에서 이렇게 살아오셨을까. 그리고 할머님들은 무엇을 바라실까. 이런 생각을 계속 하면서 끊임없이 아팠죠. 3개월이 걸렸는데 그 사이에는 무척 마음과 몸이 다 아팠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 고통과 할머님들의 이야기들을 정말 잘 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계속 그 고민을 하면서 만들어진거고, 어린 소녀고 여린 소녀지만 일본 대사관 앞을 바라보고 앉아있는거잖아요. 그래서 당당하고자 했어요.
# 단발머리
김서경: 처음엔 아이디어 스케치는 단발머리이지만 댕기머리도 해봤다가 예쁜 단발도 해봤다가 했어요. 그런데 할머님들의 가족 인연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끊기고 그리고 이 나라에서도 떠남을 당했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인연이 끊기는 이야기를 거기에 담았어요. 그래서 아주 거칠게 표현한 머리카락이고요, 단발이.
# 새
새는 처음에 나는 일본군 위안부였다고 말씀하신 분 238분이신데, 지금은 얼마 남지 않으셨잖아요. 그런 돌아가신 할머님들과 살아계신 할머님들을 이어주는 영매 역할과 평화와 자유의 상징이기도 해요.
# 주먹 쥔 손
손은 원래 다소곳했는데 계속 일본 정부에서 압력을 가하는거예요. 작업 도중에. 흙 작업을 저희는 시작을 하거든요, 뼈대를 만들고 흙을 붙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그런 와중에 계속 압력을 가하는 방송을 들었어요. 일본 대사관 앞에 기물을 세우지 말라고 우리 정부한테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안되겠다. 조금 더 다짐을 해야겠다. 끝까지 함께 이 부분을 해결해나가는 의지를 보여야겠다. 라고 해서 주먹을 쥔 모습을 하게 됐습니다.
이주형 기자: 사실상 일본에서는 지금 소녀상 철거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계속하고 있단 말씀이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운성: 일본이 그 전쟁 범죄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진실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진심으로 하게 되면은 이 문제는 그냥 저절로 해결이 텐데 소녀상을 자꾸 불편하게 하는 소녀상을 보고 불편해하는 그들의 마음들은 뻔한 거죠. ‘이 전쟁 범죄를 인정하지 않겠다’라는 거죠 / 그런 부분들을 사죄하고 반성하면서 자기들에 대한 짐도 좀 털었으면 하는 그런 생각이 좀 드는 거에요.
김서경: 소녀상 자체가 저희의 손으로 만들어지긴 했는데요. 할머님들의 수십 년 간의 고통과 그리고 일제 강점기의 할머님들이 고통 받았던 역사와 할머님들이 수요 집회를 이끄시면서 20년간의 세월이 없었다면 소녀상은 만들어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거기에 그 소녀상을 만들려고 하는 국민들의 의지가 있어서 자금이 만들어지고 그 돈으로 소녀상이 세워진 거에요. 이거는 저희 것만이 아니라 할머님들과 국민들의 것이기 때문에 소녀상 자체를 테이블에 올리는 건 할머님들과 국민의 자존심을 꺾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기획:이주형 / 영상취재: 이병주,김태훈 / 편집: 김경연
(SBS 비디오머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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