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양복과 중절모 차림의 사람들이 해변에 들어섭니다. 이들의 손에는 변기가 하나씩 들려 있습니다.
잠시 후, 이들은 모래사장에 변기를 놓고 바지를 내리더니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히 볼일을 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 신문을 펼쳐 든 이도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19일) 호주 애들레이드(Adelaide) 해변에서 공중화장실 확대와 개선을 요구하며 펼쳐진 이색 시위의 한 장면입니다.
이곳은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찾는 유명 휴양지입니다. 그러나 찾는 이들에 비해 공중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그나마 있는 화장실도 깨끗하지 않아서 관광객들은 근처 카페의 화장실을 이용하곤 하는데요, 이게 주민들에게 큰 골치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커피를 마시지도 않는 사람들이 카페를 붐비게 할 뿐 아니라, 비키니 차림의 사람들이 주민들의 휴식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남반구에 있는 호주는 우리와는 반대로 현재 겨울인데요, 쌀쌀한 겨울 바닷가에서 노출을 감행한 시위자들의 모습은 주위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