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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모유에서 '과불화' 검출…증가세에도 안일

<앵커>

탄소와 불소의 결합 물질인 '과불화 화합물'은 열에 강하고, 물이나 기름이 스며드는 것을 막아주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요리 기구를 코팅할 때나, 아니면 포장 용기 만들 때, 또 화장품에 주로 많이 쓰입니다. 하지만, 이게 우리 몸에 들어가면, 암이라든지 간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어서 국내에서는 제품에 따라 과불화 화합물 사용을 일부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대학의 연구 결과 국내 산모의 모유에서, 과불화 화합물이 여러 종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가운데는 사용이 금지된 것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단독 취재한 내용 김민준 기자, 장세만 기자가 차례로 전하겠습니다.

<김민준 기자>

영하 70도 가까운 온도에서 보관하던 모유에 시약을 넣고 원심 분리기에 넣습니다.

산모의 모유에서 PFAS, 이른바 과불화 화합물 검출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김주희 교수/경희대 간호과학대학 : 모유에서 단백질 성분을 우리가 침전시키고 나서 그리고 나서 위에 있는 정말 순수한 모유 성분을 분석을 하는 (과정입니다.)]

경희대 연구팀이 실험에 참여한 산모 207명의 모유를 확인해 보니, 실험 대상 전원에게서 과불화 화합물 12종이 검출됐습니다.

국내에서 이미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과불화 옥탄산'과 '과불화 옥탄수폰산'도 전원의 모유에서 검출됐습니다.

과불화 옥탄산의 경우 12년 전 있었던 실험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많이 나왔습니다.

국내 일일섭취 허용량보다는 낮지만, 해외 산모들보다는 높은 수준입니다.

[김주희 교수/경희대 간호과학대학 : 태반을 통해서 태아에게 또 전이가 된다,라고 알려져 있고 그리고 또 모유 수유를 통해서 신생아에게도 (전달됩니다.) 적어도 임신 출산 시기만큼은 유해인자에 대한 노출 경로에 대한 정보들을 많이 습득하시고.]

생선, 아이스크림, 통조림 등을 많이 먹었다는 산모들에게서 더 많이 검출됐는데, 특히 연구진은 생선, 즉 '수산물'에 주목했습니다.

과불화 화합물은 포장 용기와 화장품 등에서 사용이 금지되고 있지만, 여전히 다양한 용도에 쓰이면서 폐기 후 하천과 바다로 흘러간 뒤 수산물 체내에 쌓이게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습니다.

국내 수산물의 과불화 화합물 오염 정도가 해외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약처가 유럽과 비교를 해 봤더니 유럽 수산물에서는 10개 가운데 1개꼴로 오염됐는데, 우리 수산물은 8개 넘게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김호진, 디자인 : 김한길·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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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만 기자>

네, 제가 들고 있는 이 약병 속에 들어있는 하얀 결정이 지난해 국제암연구소가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한 '과불화 옥탄산'입니다.

미국과 유럽은 올 들어 이런 과불화 화합물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국내의 한 정수기 필터 업체, 3중 필터로 물을 정화하는데, 과불화 화합물까지 걸러내는 제품을 지난해 처음 선보였습니다.

[석유민/정수필터 업체 R&D 센터장 : (과불화 물질로) 재료를 사용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그런 과불화 화합물까지 제거할 수 있는 필터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수질 감시 항목에 과불화 화합물 3종을 처음 포함시켰습니다.

허용 기준치는 리터당 70ng(나노그램) 이하입니다.

세계보건기구 기준보다는 낮지만, 50나노의 일본보다는 높습니다.

지난달 미국은 이 기준을 리터당 4ng까지 훨씬 더 낮췄습니다.

우리와 비교해 보면 무려 18배나 강화된 기준입니다.

[강상욱/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 : (과불화 화합물이) 0에 가까운 농도라 하더라도 사실 지속적으로 계속 식품이나 물을 통해서 체내에 유입이 되지 않습니까? 미국에서는 최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과불화 화합물의 위험성을 높게 보고 있는 건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프랑스 의회는 이달 들어 화장품과 의류, 주방용품 등에서 과불화 화합물 사용을 원천 금지하는 법안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과불화 화합물도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 태도는 다릅니다.

지난 2022년 대규모 위해도 평가 당시 각종 과불화 화합물이 곳곳에서 검출되기는 했지만, 대부분 기준치를 밑돈다며 문제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행 기준치만을 내세우며 과불화 화합물 관리를 안이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합니다.

[강상욱/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 : 마냥 안전하다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고요. 여러 개가 복합적으로 일어나는 그런 복합 독성은 지금 제대로 연구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이라도 미국 유럽에 맞춰 안전 기준을 재검토하고, 독성 평가 연구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정용화, CG : 최재영, VJ : 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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