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4시간 연속 근무', 이젠 일상이 된 이곳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안 좋은 애가 있어서, 새벽 2시에 출근해서 화요일, 수요일 오후 6시까지 (근무입니다.)]
그러니까, 총 예순 네 시간의 연속 근무인 겁니다. 전국의 신생아중환자실은 수십 시간 연속 근무가 일상이라고 합니다. 24시간 상태를 살펴보고, 그때그때 필요한 조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잠깐 사이에 아기가 뭐 호흡 수가 완전히 없어진다거나, 혈압이 떨어진다거나, 뭐 이런 것 때문에 뇌출혈이 생긴다거나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최대한 빨리 처치를 해야 되는데요.
취재 당일도 신생아중환자실 20개 병상은 꽉 찬 상태였습니다. 대부분 환자는 37주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이른둥이들이었고, 1kg 미만인 초저체중아도 여럿이었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1kg 미만으로 출생한 아기들 같은 경우는 초반 한 1주일 안에 굉장히 많은 위중한 상황들이 잘 나타나요. 그러니까 겉으로는 지금 드러나지 않지만….]
이런 특성 탓에, 신생아중환자실에는 숙련된 전문 의료 인력이 꼭 필요합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신생아들은 약간의 상태 변화가 생겼을 때 그거를 표현할 수는 없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들이 굉장히 미비하니까, 이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하지 않으면 사실은 평생 가지고 가야 되는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거든요. 예를 들면, 미숙아들이 상태가 나쁜 게 오래 지속이 되는 경우에는 그게 뇌출혈로 이어지고 그게 결국 커 가면서 뇌성마비, 신경마비가 돼 가지고, 항상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가 있어요. 그런 것을 최대한 빨리 발견하고 최대한 잘 처치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있어야 되고….
야간 당직 역시,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가는 편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중환자실에 입원한, 인큐베이터 속 심장이 약한 이른둥이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거나, 혈압이 떨어진 아기의 혈압을 잴 수 있게, 동맥에 관을 삽입하는 시술도 중환자실 내에서 이뤄지는데, 동맥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아기들 이렇게 손목 보시면 요만하고, 이중에 요골동맥이 되게 조그마하게 있는 거거든요. 그 맥박을 직접 느껴가지고 잡는 수밖에 없어요. 눈에 보이는 부분이 아니라서요. 이런 작은 혈관을 동맥 도관을 하다가. 합병증이 이것도 있을 수 있어요. 출혈의 가능성, 그 다음에 감염의 가능성, 이것으로 이제 혈전이 생기면 이 주변부의 조직이 괴사되는 상황도 충분히 올 수가 있거든요.
도착한 지 7시간이 지나 자정을 넘겨서도, 600g이 채 되지 않는 신생아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끼니도 수면도 쉽지 않다
24시간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한 조치를 이어가다보니, 식사를 챙겨먹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잠시 짬이 생기면 병원 인근 편의점을 찾아 샌드위치와 흰 우유, 단백질 음료처럼 간단한 저녁거리를 사 해결합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응급 상황이 없는 날이 제일 좋은 거죠?)
제가 희망이 그건데요. 사실은 아기는 언제 태어날지 모르니까, 저희는 사실 항상 대기 상태로 있어야 되는 게 맞는데. 근데 제가 일이 없고 환자도 없는 상태로, 저희는 대기 상태로 있는 게 제일 희망이에요. 그럼 아기들이 안 아프다라는 이야기잖아요. 그게 제일 큰 희망입니다.
상황이 없는 얼마간, 중환자실 바로 옆 연구실에서 끼니를 때우면서도, 다음 날 아침 의대 강의 준비는 이때 같이 해야 합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내일 학생 강의를 한꺼번에 4시간을 해야 돼서, 환자 때문에 시간이 좀 벅찬데, 겨우겨우 준비해서 내일 강의를 준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새벽 1시를 넘겨 쪽잠을 청하고도, 1시간 뒤 다시 일어나 다시 환자를 돌봅니다. 밤낮 없이 분주한 건 3교대인 간호사들도 마찬가지. 두, 세 명씩 맡은 아기에게 3시간마다 분유를 먹이거나,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고 보살핍니다.
윤예린/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알람 울리면 바로 달려가야 하고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라.
(화장실 가시거나, 편치 않으시겠어요?)
네. 그래서 주변에 계신 선생님한테 '저 화장실 다녀올 테니까 잠깐 봐 달라' 이렇게 얘기를 드려놓고 다녀와야 돼요.
"목 디스크 때문에 힘들지만 저 없으면…"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가까운 데 있는 응급 환자를 저희가 힘들다고 해서 거절을 하는 일은 사실 거의 없습니다. 정말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못 받는 거죠. (만약) 우리가 사실 도저히 받을 상황이 안 돼서 못 받았고, (이후) 후속으로 들리는 소문에 항상 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요. 뭔가 이렇게 문제가 발생했다고 하면 ‘혹시라도 내가 그때 더 받았어야 됐나’, ‘우리가 무리를 해서라도 받았어야 됐나’, 이런 사실 좀 죄책감 아닌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거든요.
최근 대한신생아학회 자체 전수 조사 결과, 현재 기준 전국에 문을 연 신생아중환자실은 65곳, 신생아전문의는 총 199명입니다. 신생아전문의 65%는 수도권에 몰려 있었고, 세종과 전북, 제주에는 총 2명만이, 경북과 충북에는 각 1명씩에 불과했습니다. 이 교수처럼 주간 진료와 야간 당직을 모두 도맡는 전문의는 154명으로, 78%를 차지합니다. 올 6월까지, 최근 3년간 전국의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전문의 사직이나 전출은 98명이었는데, 향후 1년 내 사직 예정이거나 사직 의향을 밝힌 전문의도 30명에 달해 인력 이탈은 우려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위기가 현실인 겁니다. 현재 인력에서 전문의 1명이 이탈할 경우 중환자실 17곳, 즉 27%는 ‘운영이 불가능해 폐쇄를 검토해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목이 디스크 때문에 많이 조금 힘들지만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서 회복이 됐으면 좋겠지만 여기서 잘못된다고 하면, 또는 내일 당장 제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는 이제 비게 되거든요. 그런 일이 없어야 되는데...
"저와 제 가족은 할 수 없어요"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저희가 보는 환자는 실제로 미숙아의 생존율은 100명 중에 10명은 사망을 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1.5kg 미만, 아니면 1kg 미만 이 아기들은 사망률이 점점 높아져요. 저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하고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저희가 보는 환자 중에 일부분은 사실은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생존하는 아기들의 또 일정 부분은 합병증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모를 법적 부담이) 미리 두려움을 느끼는 전공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신생아 세부 전문의를 지원을 안 하려는 굉장히 큰 이유라고 사실은 생각합니다.
과거, 마지막으로 함께 일한 전공의가 남긴 말을, 이 교수는 잊을 수 없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너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어때 같이 해보면 어떻겠어’라고 권유를 했더니, 그 전공의가 했던 말이 ‘저는 교수님 굉장히 존경하고 교수님이 하는 일이 너무너무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거를 저와 제 가족은 할 수 없어요. 그거는 저희들이 하기에는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분투를 이어가는 원동력은
그럼에도, 이 교수는 매일의 분투를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첫 번째 보람은 아기들이 여기서 잘 커서 태어날 때, 엄마아빠들이 안고 갈 때, 엄마아빠들이 좋아하는 거, 애기들도 사실 좋아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저는 사실 좀 느낀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이렇게 가끔 편지 써주거나, 저렇게 그림을 그려주거나, 또 저거는 이제 애기 엄마가 태어난 애기 얼굴 넣어서 저렇게 커피, 드립커피 이렇게 만들어줬는데 아까워서 안 뜯고 있습니다.
14시간의 야간 당직을 마친 이 교수는, 퇴근까지 10시간을 마저 남겨둔 아침, 의대 강의를 위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의대 수업 마치고 다시 빨리 들어와서, 오후 회진 돌고 애들 확인하고 또 대기하고 있다가 (혹시) 특별한 일이 있어서 또 처치하고…
해가 뜨기 전, 유독 깊었던 신생아중환자실의 밤, 이 교수는, 이런 부탁의 말도 남겼습니다.
이병국/세종충남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교수
저희가 뭐 100% 아기들, 100% 산모들을 구할 수 있으면 좋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신은 아니어서, 조금 부족한 면이 있긴 하겠지만 다들 사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시고 계십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시에는 그거를 조금 고쳐주려고 노력하시고, 누군가 조금 비난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응원하는 방향으로 해주시면 저희가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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