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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장관 기록 열람자들 "탈영 없다"…"개혁 메시지 대신, 메신저 때리기?" [취재파일]

안 장관 기록 열람자들 "탈영 없다"…"개혁 메시지 대신, 메신저 때리기?" [취재파일]
▲ 지난 1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는 안규백 국방장관

안규백 국방장관이 40여 년 전 방위병 복무 기간 탈영했고, 탈영병 체포조 DP에게 붙잡혀 영창에 갇혔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안 장관이 다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국방개혁에 반대하는 측과 야당은 파상 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중간에 낀 국방부는 전전긍긍입니다.

안규백 장관의 병역 의혹은 작년 인사청문회 때 처음 제기됐고, 이후 안 장관 공격에 진심인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이 몇 번 SNS를 통해 폭로를 이어간 바 있습니다. 탈영 등을 거듭 설파했지만 별 호응은 없었습니다. 김 전 소령은 이번에 DP 투입과 체포라는 휘발성 재료를 가미했습니다. 사관학교 통합과 방첩사 해체 등 국방개혁 이슈가 찬반의 첨예한 칼날 위를 걷는 와중에 안 장관의 탈영과 DP 체포 의혹은 잔불에 기름 끼얹은 격이 됐습니다. 

김 전 소령과 국민의힘은 안규백 장관의 의혹을 풀 열쇠로 안 장관의 병적기록부를 지목합니다. 기자는 병적기록부를 직접 본 여권 인사 몇 명을 접촉했습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병적기록부에 탈영, DP 체포, 영창, 구금 등의 내용은 전혀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병사들 식사 제공과 관련된 대수롭지 않은 언급이 있지만 안 장관이 공개를 꺼릴 뿐”이라고도 했습니다.
 
병적기록부 열람자들의 말을 사실로 인정하고 안 장관 병역 의혹에 불이 붙는 과정을 관찰하면 모종의 패턴이 보입니다. 이미 여러 번 나왔어도 관심 못 끌던 안 장관 병역 의혹이 사관학교 통합 반대의 기세가 높아지던 때, 통합 반대론자들에 의해 확 달아오른 것입니다. "메시지(사관학교 통합) 못 잡으면 메신저(국방장관) 때린다"는 다소 부조리한 공격 기법과 비슷합니다.
 

기록 열람자들, "DP, 탈영, 구금 전혀 없다!"

안 장관의 병적기록부를 열람했던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병적기록부 내용 중 자세히 공개되지 않은 것은 장관 어머니의 병사 식사 제공 관련 조사의 이유 정도이다", "탈영, DP, 영창, 구금 등의 언급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병적기록부를 내놓고 정면돌파하자는 주변 의견이 많지만 안 장관은 '서류의 글자 하나하나를 흠잡아 두고두고 국방을 흔들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당시 형편이 좋았던 안 장관 어머니가 방위 입대한 동네 아이들 점심밥 해 먹인 일로 안 장관이 조사를 받았고, 그래서 옛날이니까 가능했던 '소집해제 후 조사 기간만큼 추가 복무'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역시 병적기록부를 열람한 여권의 한 유력 인사는 "정치 생명과 양심을 걸고 안 장관의 병적기록부에 탈영이나 DP 체포, 구금, 영창 등의 내용이 전혀 없음을 확인한다"고 자신했습니다. 병적기록부의 원자료라고 할 수 있는 군의 다른 서류에도 탈영, 체포, 영창, 구금 등의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85학년도 1학기 정상 이수 및 성적을 입증하는 성균관대의 학적부도 "탈영, 영창 없이 14개월 만인 1985년 1월 소집해제됐다"는 안 장관 주장에 힘을 싣습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탈영, 영창 등의 이유로 1985년 8월까지 22개월 복무했으면 어떻게 성균관대의 1985년 1학기 복학과 성적 증명이 나올 수 있나"라고 반문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안규백 장관의 병역 기록은 "1983년 11월 육군 방위병 입대, 1985년 8월 일병 소집해제"입니다. 당시 방위병 복무 기간이 14개월인데 무려 8개월 더 복무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안 장관의 해명은 "1985년 1월 4일 소집해제돼 대학에 복학했지만 추가 복무 하라는 통보를 받고 8월 방학 때 며칠 동안 이를 이행하면서 서류상 복무 기간이 늘어났다"입니다. 즉, 서류상 복무는 1983년 11월~1985년 8월이지만 실제 복무는 1983년 11월~1985년 1월이라는 것입니다.

소집해제 한참 뒤에야 며칠 동안 추가 복무를 한 이유에 대해 "복무 중 안 장관의 어머니가 부대 병사들에게 점심을 제공했다는 신고가 군 당국에 들어갔고, 며칠 동안 조사를 받았던 것이 화근"이라고 안 장관 측은 설명합니다. "군 당국이 소집해제 후 뒤늦게 조사 기간만큼의 추가 복무를 명령했다"는 것입니다. 안 장관의 한 측근은 “어머니의 식사 제공을 범죄인 양 신고한 사람은 지역의 경찰 간부로 부대 지휘관과 앙숙이었다”, “덩달아 부대 지휘관도 군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왜 불 붙었나…메시지 대신 메신저 공격?

지난 6일, 국회에서 안규백 장관 병역 의혹 기자회견을 하는 김영수 전 해군 소령

김영수 전 소령이 안규백 장관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SNS에 고발문을 올리고, 언론을 접촉해 제보하는 등 과거에 두어 차례 더 했었습니다. 내용도 대동소이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 기자들도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국방부 출입기자라면 탈영 등 안 장관의 병역 의혹이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의혹 제기는 시쳇말로 히트 쳤습니다. 새로운 등장인물의 역할이 컸습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총동창회입니다. 사관학교 총동창회 측은 김 전 소령의 기자회견 계획을 사전에 널리 퍼뜨려 언론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주의를 환기시켰습니다. 지난 6일 김 전 소령의 기자회견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하나둘씩 가세했습니다. 지난 8일 사관학교 통합 반대 집회에서 연사들은 안 장관의 병역 의혹에 집중포화를 퍼부었습니다. 바야흐로 야당에 절대 유리한 전국적 정치 이슈가 됐습니다. "안 장관 삼형제가 1982년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는 황당무계한 내용을 퍼뜨리는 유튜버까지 등장했습니다.

작년 6월 인사청문회 때도 우당탕탕거리기는 했지만 그냥저냥 넘어갔던 의혹이 왜 이제 와서 폭발했을까. 사관학교 통합, 방첩사 해체 등 국방개혁 이슈들이 굴러가는 와중에 국방개혁에 반대하는 사관학교 총동창회와 야당이 안 장관 공격에 전력하는 형국을 보면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인신공격의 오류(ad hominem)입니다.

발화자의 말보다는 그 말을 하는 발화자 개인을 트집잡아 발화자의 말을 무력화하는 논리적 오류입니다. 즉,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때려서 메시지를 원천적으로 부수는 기법입니다. 안 장관 개인의 병역 의혹을 집중 공격함으로써 사관학교 통합, 방첩사 해체 등 안 장관의 국방개혁 메시지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가 그들에게서 언뜻언뜻 엿보입니다.
 

사관학교 통합, 방법론·속도 맞나

지난 1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안규백 국방장관과 각군 장성들

국방부는 메시지를 조금 정돈해서 메신저 공격을 완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안 장관의 메시지 중 가장 반대가 많은 것은 아무래도 사관학교 통합입니다. 방법론과 속도 등에서 대국민 설득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사관학교 총동창회의 사관학교 통합 백지화 운동이 탄력을 받고,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국방개혁에 시비 걸며 정권 공격으로 확대하기 딱 좋은 판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사관학교 입학 성적이 낮아지고 있으니까 사관학교 통합해서 첨단 학문 교육하고, 육사를 지방으로 이전하겠다는 국방부의 발상은 비논리적입니다. 그나마 '인서울'인 육사를 지방으로 옮기면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서 사관학교 입결 하락 가능성은 100%에 가깝습니다. 군에 대한 국민 신뢰 높이고, 초급 장교 대우 개선해야 장교 되겠다는 우수 자원 늘어납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합동성 강화하겠다는 국방부 주장도 "육해공 기본기도 확립 안 된 생도들에게 합동성 강화가 웬말이냐"라는 반대론에 취약합니다.

방법론의 사정이 이러할진대 국방부는 속도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당장 현재 고2부터라도 사관학교 통합 학제를 적용할 태세입니다. 사관학교 통합은 국방개혁에 앞서 일종의 교육개혁입니다. 여러 차원의 충분한 숙의가 필요한데 그런 절차 진행됐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교육개혁할 때 속도 욕심 내면 대혼란이 자명합니다.

안규백 장관이 진정으로 병역 의혹이 억울하다면, 또 동시에 국방개혁 완수하고 싶다면 의혹 해명은 하되, 사관학교 통합 속도 좀 줄이고, 반대론에 귀 기울이기 바랍니다. 느긋하게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과정 속에서 국방개혁 메시지에 대한 반대, 더 나아가 국방개혁 메신저에 대한 공격을 다소나마 감쇄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야 의혹을 누그러뜨리고 합의된 방향으로 개혁 추진하는 통합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안규백 장관은 1~2년마다 교체되는 그저그런 국방장관이 아니라는 점을 국방부는 명심해야 합니다. 64년 만의 첫 문민 국방장관입니다. 12.3 계엄으로 흐트러진 문민통제를 재정립하는 유의미하고도 상징적인 자리입니다. 그래서 국방개혁 완수만큼 중요한 것이 문민 국방장관 체제의 성공입니다. 국방부는 국방개혁과 문민 국방장관 체제에 비슷한 가치를 두고 직면한 위기의 파도를 타고 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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