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외투쟁

"중도층 한 번 볼 때, 지지층 두 번 봐야"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A 의원은 이들의 마음마저 떠난다면 당의 입지가 더 움츠러들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최악의 경우 국민의힘보다 보수 색채가 더 강한 군소 정당에 눈길을 돌릴 수 있다고 봅니다. 중도 외연 확장은 당이 항상 고민해야 할 부분이지만, 지금 탄핵 국면에서는 전통 지지층의 마음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신중한 당 지도부, 장외 집회 선 긋기

당 지도부의 이러한 행보에 일부 의원들의 불만도 있습니다. 절실함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탄핵 국면에서 말로만 ‘탄핵 반대’를 외치고,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헌법재판소 등 현장에 나간 의원들은 고생하는데, 당 지도부는 '덜 움직인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옵니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 염두에 둔 처사라고 바라봅니다. 다만,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대놓고 말은 못 해도 혹시 모를 선거 국면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중도층 이탈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도 있어 보입니다.
장외·장내, 투 트랙 전략

장단점이 있습니다. 민주당의 셈법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민주당은 의석 수만 놓고 볼 때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이 장외든 장내든 한쪽에만 치우친 전략을 쓴다면, 맞대응했을 때 그 기세를 누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장외‧장내 투쟁을 동시에 하니 민주당의 화력도 분산될 수 있습니다.
투 트랙 전략의 단점은 어느 한쪽도 완벽히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광장의 세력은 온건한 지도부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반면에 다른 지지자들은 당의 광장 쏠림 현상을 곱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국민의힘 내에서 흔히 말하는 "우리끼리라도 똘똘 뭉치자”가 표면적으로는 잘 안 돼 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대통령 구속 취소, 새 국면

‘인파이터’와 ‘아웃복서’는 복싱에서 쓰이는 용어입니다. 상대방에게 파고들어 근접 공격하는 복싱 스타일이 ‘인파이터’라면, 상대방과 거리를 두고 정확하게 타격하는 게 ‘아웃복서’입니다. 의총장에서 의원들은 ‘인파이터’파와 ‘아웃복서’파로 나뉘었습니다.
① 인파이터 파
국민의힘 인파이터들은 지금 장외 투쟁에 올인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장외 여론전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 의원은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모 아니면 도’라고 말합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전까지 여권에 유리한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탄핵 기각’에 공감하고, 헌법재판소도 여론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은 한가하게 ‘아웃복서’ 스타일로 치고 빠지며 타이밍을 볼 때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탄핵이 인용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지는데, 뒷날을 도모해 힘을 분산하자는 데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24시간 릴레이 시위도 시작했습니다. 참여 의사를 밝힌 의원 수가 과반입니다.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많은 의원들이 동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의원들의 순수성을 의심합니다. 대통령이 구속 취소돼 관저로 돌아온 만큼 ‘충성 경쟁’을 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② 아웃복서 파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모두가 ‘인파이터’가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의원들이 ‘인파이터’가 돼 활동하는 건 존중하지만, 지도부는 ‘아웃복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과 같은 투 트랙 전략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고 봅니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강성 지지층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당내 다양한 스펙트럼에 놓인 지지자를 다 챙겨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당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상휘 의원(포항시 남구‧울릉군)은 3월 11일 의원 총회에서 지금의 상황을 처음으로 ‘인파이터’와 ‘아웃복서’에 비유해 의원들에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인파이터’ 복싱 스타일에 전념해서는 안 된다고 의원들을 설득했습니다. 12‧3 비상계엄이라는 변수 속에 그나마 지지율이 고꾸라지지 않고 버티는 게 ‘투트랙 전략’의 유효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22대 국회는 여소야대입니다.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은 상임위원회, 본회의 등 표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법안 단독 처리 등 민주당의 공세 속에 국민의힘은 항상 ‘아웃복서’ 스타일로, 공격보단 방어를 하는 데 치중했습니다. 하지만 비상계엄 이후 장외로 나가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인파이터’가 됐는데, 지도부는 또 ‘아웃복서’인 셈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민주당을 더 당황하게 만들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