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위헌 소지입니다. 1973년 유신 체제에서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항고 조항과 함께 도입된 보석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조항과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 조항이 이미 위헌 결정되었으니, 구속취소에 대한 검사 즉시항고 조항 역시 앞으로 위헌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 10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서 "(구속집행정지에 대한) 즉시항고로 집행정지의 효력을 부여하는 것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는 명확한 (헌재) 판시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속취소에 대해) 즉시항고해서 또 다른 위헌 소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SBS 단독보도로 밝혀진 검찰의 과거 즉시항고 사례
검찰도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한 사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대검찰청 측은 "일선에서 즉시항고를 한 사례가 일부 있지만, 건 수가 많지 않아 검찰 차원의 업무 방침이나 판단 기준에 이르지는 못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과 관련해 이번에 처음으로 즉시항고권 행사 여부에 대한 기준을 만든 것이고, 그 이전까지는 검찰 차원의 기준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몇 년 전에 즉시항고한 사례가 있다고 해서 검찰의 기준이 바뀐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해석됩니다.

대검 주장을 납득할 수 있는지와 별개로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위헌 소지가 있어서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기준이 이번에 처음 정립된 것이라고 칩시다. 그래서 하필이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부터 혜택을 보기 시작한 상황 역시 공교로운 우연일 뿐이라는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이 같은 기준 정립 이전에 위헌 소지가 큰 즉시항고권 행사의 대상이 되어 구금기간이 연장됐던 피고인들에게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내란죄 혐의 피고인인 윤석열 대통령의 권리가 침해되기 때문에 즉시항고를 할 수 없다면, 과거에 검사가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권을 행사한 탓에 구금기간이 연장됐던 피고인들의 권리도 침해된 것 아닌가요?
인권은 평등한데...'즉시항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나?

사과로 끝날 문제도 아닙니다. 위헌적 권한 행사로 인해 구금일 수가 불법적으로 연장되었다면 형사보상의 대상이 됩니다. 불법구금에 대한 형사보상 기준은 1일(日) 당 불법구금 발생 연도 최저임금액 이상이자 불법구금 발생 연도 최저임금액의 5배 이하를 지급하는 것입니다. 발생연도 최저임금의 5배에 불법구금일 수를 곱하는 식으로 산정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2023년 울산지검 사건의 경우 두 피고인 모두 검사의 즉시항고로 인해 약 1주일가량 구금이 연장됐습니다. 2018년 의정부지검 사건의 경우 즉시항고 인용 결정으로 피고인이 석방 후 재수감까지 되었습니다. 형사보상금액이 얼마나 될지는 구체적으로 따져봐야겠지만, 대검찰청 주장대로 도저히 행사할 수 없는 정도로 구속취소에 대한 즉시항고권의 위헌 소지가 크다면 '즉시항고 피해자'들에게 형사보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취소에 대해 즉시항고하지 않겠다는 주장을 밀고 나가겠다면 과거 '즉시항고 피해자'들에게 검찰총장이 사과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당연한 조치일 것입니다. 형사보상 역시 검토해야 합니다. 이러한 조치가 없다면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를 정당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인권이 일반 형사사건 피고인들의 인권보다 더 크고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끝.>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