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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QR코드 뚫렸다…종량제봉투의 비밀

대한민국에 살면서 종량제봉투를 안 쓰는 사람은 없지만, 그렇다고 종량제봉투에 크게 관심을 갖는 사람도 드뭅니다. 사실 기자인 저 조차 그랬습니다. 적어도 이번 취재 전까지는요. 하지만 종량제봉투는 결코 '조금' 관심가질 분야가 아닙니다. 종량제봉투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유가증권과 같은 제품, 그러니까, 재산적 가치를 가진 증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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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돈 되는 거란 거죠. 실제로 위조된 가짜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파는 과거 불법 유통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이번 취재에서도 개인이 팔 수 없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당근마켓과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 게 확인됐습니다.

▶ [단독] QR 복제하자 "정품"…종량제봉투 '엉터리 인증' (지난 16일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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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이를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지자체에서는 불법유통이 되고 있는지, 위조가 되고 있는지를 눈을 부릅뜨고 살펴야 하고, 또 이를 방지할 적절한 시스템을 꼼꼼히 살펴 도입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걸친 저의 취재 결과, 지자체의 관리는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쉽게 위조되는 '위조방지 QR코드'


환경부에서는 종량제봉투의 불법유통을 방지하겠다고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을 만들어, 위조방지 기술로 특허 같은 객관적으로 입증된 기술을 사용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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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부분의 지자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 QR코드인데요, 과연, 위조방조 장치로 QR코드를 사용하는 게 맞는 걸까요? 한 보안업체를 섭외해 함께 복제하는 작업을 해봤습니다. 결론부터 알려드리면 '위조'는 '껌', 허무할 정도로 쉬웠습니다. QR코드를 스캔한 다음, 간단한 컴퓨터 작업을 한 뒤 인쇄만 하면 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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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과정은 2-3분밖에 안 걸렸고, 인쇄하는 데만, 45초 걸렸습니다. 역시나 핸드폰 QR코드로 접속하니, 정품으로 인증됐습니다. 양산 인쇄기로는 더 빨리, 더 많이 제작이 가능합니다. 1초에 한 장씩, 1분에 60장~70장 정도를 찍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보안업체 직원은 "이런 걸(QR코드) 가지고 정품을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보안업체 직원도 "전문가라면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저게 카피가 된다고 놀라는 게 저는 더 놀랍다"고 했습니다. 그럼, 거슬러 올라가서 시행지침을 만들어놨던 환경부는 뭐라고 할까? 물론 환경부 담당자도 위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정확한 대답을 주는 데 헤매는 과정이 있었지만 결론은 QR코드는 위조방지가 되는 특허도 없을 뿐 아니라, "위조 방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시간 정품이력추적 회사인 더트레이스 박선영 팀장은 "QR코드 자체는 원래 보안기술이 아니라서 QR코드를 보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이미지 같은 보안시스템을 한 번 더 입혀야 하거나 여기에 실시간 서버랑 통신하면서 체크업이 가능해야 하고, 또 중앙부처 공모에 선정된 업체가 검증이 돼 있으므로, 그런 업체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불량' 종량제봉투


소비자단체와 함께 서울 포함 수도권 정식판매처 5군데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매해봤습니다. 서초구 종량제봉투에 인쇄된 정품인증 QR코드에 접속하니 정품으로 인증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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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한 10장 가운데 나머지 8장엔 QR코드 자체가 아예 없었습니다.

정품인증 QR코드 있는 쪽
정품인증 QR코드 없는 쪽

안양시 봉투의 QR코드는 찾을 수 없는 페이지, 그러니까 읽히긴 읽히는데 '검색결과가 없다'고 떴고, 종로구 봉투는 QR코드를 접속 후, 봉투에 찍힌 일련번호까지 입력해야 정품 인증이 되는데, 일련번호들 끝자리가 뭉개져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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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방지 장치가 이렇게 대부분 엉터리인데 지자체들한테서 돌아오는 답들이 저를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서초구청 관계자]
(기자) 이렇게 없는 경우가 있나요?
(서초구청) 없는 경우가 있으면 안 되죠. 원칙으로는 되는 건 아니죠.
(기자) **산업이 생산을 안 했을 가능성도 있는 거잖아요.
(서초구청) 확인 좀 한번 해보고 싶어요.

[종로구청 관계자]
한두 개는 보지만 전량은 검수는 할 수가 없죠. 우리가 옷을 살 때 어떤 옷이 찢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러잖아요.

한해 10억 장 이상 사용되는 종량제 봉투의 관리 책임이 있는 자치단체들은 재고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 불법 유통을 의심받고 있는데요, 소비자단체들은 직무유기와 국고손실죄 등으로 지자체 관계자들을 고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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