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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방사청 KDDX 사업분과위…KDDX 사업의 '정의'는? [취재파일]

스텔스 성능을 갖춘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KDDX 사업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최종 단계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을 조선소를 어떤 절차로 선정할지 결정하는 방위사업청의 사업분과위원회 개최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입니다. 방사청은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사업분과위를 이르면 다음 달 9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의 KDDX 모형

수의계약으로 가면 KDDX 개념설계 기밀을 훔친 뒤 기본설계 사업을 거머쥔 HD현대중공업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마저 자동으로 가져갑니다. 경쟁입찰로 정해지는 경우, 애써 수행한 KDDX 개념설계를 HD현중에 도둑맞은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참가 자격이나마 얻습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의 KDDX 모형

HD현중이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개념설계 절도에도 어쨌든 다음 단계인 기본설계를 했으니 마지막 상세설계도 수의계약 방식으로 HD현중에 넘기는 편이 편리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한화오션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KDDX 개념설계 등 각종 과업의 경험과 기수립된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차질 없이 KDDX를 건조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어려운 결정을 앞에 둔 방사청 사업분과위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서두르면 안 됩니다. 마침 KDDX 사업 부조리의 핵인 2019년의 황당한 일들이 베일을 벗고 있습니다. 열쇠는 경찰이 쥐고 있습니다. 2019년 연쇄적으로 벌어진 방첩사령부와 방사청의 이해 못 할 처사를 파헤치고 있는 경찰 수사가 다음 달 말쯤 결론을 내놓을 전망입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KDDX 사업의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지도 모릅니다. 방사청 사업분과위는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중 골라도 늦지 않습니다.

2019년 왜 방첩사는 보안사고 통보 안 했나

(사진=연합뉴스)

SBS 취재를 종합하면 HD현중은 2013~2014년 해군에서 KDDX 기밀 2건을 비롯해 차기 잠수함과 특수전 지원함 기밀 등 10여 건의 기밀들을 빼냈습니다. 직원들이 해군본부에 가서 기밀을 동영상 촬영해 취득하는 수법을 주로 썼습니다. 몇몇 장교는 기밀 자료를 HD현중 직원들 앞에 내놓고 자리를 비켜줬습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HD현중 측은 훔친 기밀들을 문서화한 뒤 새로 구입한 별도의 대형 서버에 보관했습니다. KDDX 관련 임직원들은 해당 서버에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첩사가 HD현중의 범죄 첩보를 입수한 시점은 2015년. 방첩사는 2016년 수사에 착수했고, 2018년 4월 기밀 보관 서버를 압수수색했습니다. 사건 연루자는 HD현중 직원 12명, 장교 3명 등 25명에 달했습니다. 방첩사의 단일 사건 송치 건수 최대 기록으로 알려졌습니다. 방첩사는 2019년 2월 이들 중 먼저 군인들을 군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여기에서부터 미스터리가 잇따라 나옵니다. 방첩사가 기밀 탈취 사건을 수사해 송치까지 했으면 방사청에 보안사고 발생 사실을 통보해야 합니다. HD현중의 보안사고를 통보됐다면 HD현중은 2020년 5월 기본설계 입찰에서 벌점을 받았을 것입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방첩사는 보안사고를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HD현중은 당연히 맞아야 할 벌점을 피했습니다.

2019년 왜 방사청은 보안사고 지침 개정했나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연합뉴스)

방사청은 2018년 KDDX 사업 청사진을 그렸습니다. 그때 기본설계 입찰 시점도 2020년 5월로 윤곽이 잡혔습니다. 입찰을 반년 여 남긴 2019년 9월 방사청은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개정했습니다. "방첩사의 기밀유출 보안사고 통보 시 보안감점 부여 조항의 삭제"가 개정의 요지입니다. 방첩사가 군검찰에 송치한 보안사고를 통보 않고 시간을 끄는 사이, 방사청은 방첩사가 통보해도 벌점을 주지 않도록 아예 제도를 바꾼 것입니다. 입찰을 몇 달 앞두고 보안사고를 저지른 HD현중에 아주 유리하게 지침을 고쳤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2019년 방첩사의 무위(無爲)와 방사청의 작위(作爲)는 HD현중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벌점 받을 소지가 원천 제거된 것입니다.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경쟁입찰에서 HD현중은 100점 만점에 0.056점 차이로 한화오션을 제쳤습니다. KDDX 개념설계 기밀을 훔친 HD현중이 기본설계 사업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방첩사가 통보했거나 방사청이 지침 안 바꿨다면 HD현중은 KDDX 사업 근처에도 못 갔을 텐데 현실은 이와 같았습니다.

방첩사의 무위와 방사청의 작위에 HD현중이 자유롭지 않다는 정황도 나왔습니다. HD현중은 지난 2월 방사청으로부터 부정당제재 불처분 결정을 받았습니다. HD현중 측은 몇 차례 축하 파티를 열었습니다. 축하 파티 중 하나는 2019년 연쇄적 부조리와 연결되는 인물들을 접대하는 자리였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지난 2월 접대 의혹이 여러 사람 놀래켰지만 2019년 방첩사의 불통보, 방사청의 지침 개정에 비하면 약과입니다. 경찰 수사가 주목하는 지점도 2019년 방첩사와 방사청의 소행입니다. 곧 결론이 나온다고 합니다. 만약 2019년의 방사청과 방첩사의 보안사고 관련 행보가 정당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HD현중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사업을 차지해도 뒷말이 적을 터. 반대의 경우라면 KDDX 사업은 기본설계 입찰부터 원인무효가 돼 사업을 원점검토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방사청 사업분과위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진지하게 검토한 뒤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결정해야 그나마 후폭풍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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