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2위 군사 강국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가장 절박하게 원했던 무기는 F-16입니다. 1979년 실전 배치된 40년 넘은 기체이지만 꾸준한 개량으로 압도적 기량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신 개량형인 F-16V는 4.5세대로 주문이 밀려 사려고 해도 언제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런 F-16도 5세대 전투기인 F-22나 F-35와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탁월한 기동력을 갖춘 F-16이 공중전에서 F-35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근접전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일반적인 공중전에서 보이지 않는 스텔스기를 상대한다는 건 무리입니다.
이런 F-35의 첨단 성능을 유감없이(?) 확인시켜주는 일이 미국에서 벌어졌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F-35B 한 대가 비행 도중 사라졌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조종사가 갑자기 비상 탈출하면서 비행기만 날아갔는데, 이후 기체의 행방이 묘연해진 겁니다. 당시 어느 집 뒷마당에 내린 조종사는 집주인에게 비행기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스텔스기라…전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수색"
구형 기체들의 경우, 조종사가 탈출하면 바로 통제를 상실하면서 근처에 추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고기는 조종사 탈출 후에도 무려 약 100km를 혼자 날아간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쯤 되면 '무인기 기능'이 있는 건가 의심이 들 정도인데 그건 아닙니다. 전투기의 경우 급격한 기동 시 중력의 몇 배에 달하는 힘을 받게 되는데 이때 조종사가 자칫 의식을 잃을 수 있습니다. F-35에는 이런 위험 상황에 대비해 조종사를 보조하는 비행 통제 소프트웨어가 탑재돼 있습니다. 군 당국은 이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면서 기체가 조종사 없이도 멀리까지 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멀리 날아갔지만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이다 보니 '천조국' 미군조차 기체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했던 걸로 보입니다.

미군이 밝힌 또 다른 원인은 비밀 통신 삭제 기능입니다. 항공기는 보통 레이더나 트랜스폰더(전파송수신기) 코드를 통해 움직임을 추적하게 되는데 이 F-35는 조종사 탈출 직후 모든 비밀 통신을 삭제하도록 설계돼 있었다고 미군 당국은 설명했습니다. 피아 식별 신호의 경우 계속 발신했을 걸로 보이지만 당시 항공관제 시스템에 탐지되지 않았고 말했습니다. 외부적 요인으로 뇌우와 낮게 깔린 구름 등 악천후도 수색을 어렵게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무나 살 수 없는 무기…우린 있으니까 괜찮다?

이번 사고는 비록 미군 당국이 조롱거리가 되는 등 고초를 겪기는 했지만, 제조국인 미국조차 스텔스기 탐지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습니다. 최우방국에게만 제공하는 이런 F-35를 우리도 보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일정 부분 든든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거액을 들여 사놓고도 '우리 꺼 맞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상 정비까지 일일이 미국 손에 맡겨야 하는 '제한된 전력'임을 생각하면 마냥 '좋아라' 할 일은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