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선제 공격하고, 전작권 전환의 핵심 조건인 킬체인. 2020년대 중반은커녕 2030년이 돼도 구축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구축된들 외눈박이 신세입니다.
● 국정원과 미래부 "정찰위성은 나의 것!"
그런데 국정원이 재작년쯤 느닷없이 정찰위성의 정보를 받아 관리하는 수신관제권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정찰위성 5기가 찍은 북한의 위성사진과 각종 정보를 국정원이 받아서 평가하고 필요하면 군에 넘기겠다는 겁니다. 킬 체인을 접자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찰위성이 북한 미사일 기지의 도발 징후를 포착하면 군은 수 분 내에 분석하고 결심해서 현무, 타우러스 미사일 같은 무력으로 북한을 공격해야 하는데 국정원이 중간에서 위성 정보를 쥐고 앉겠다니요.
우여곡절 끝에 작년 2월 군과 국정원은 정찰위성들을 공동 운용하는 것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군이 정찰위성 절반을 빼앗긴 꼴입니다. 두 눈을 부릅떠도 시원치 않은데 한 눈 감고 북한을 감시하자는 합의입니다. 게다가 국정원을 견제할 권력이 국방부에는 없기 때문에 말이 공동 운용이지 국정원 위주로 운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킬 체인이 봐야 하는 곳과 국정원이 보고 싶은 곳은 다릅니다. 국정원이 정찰위성을 그토록 갖고 싶다면 담배보다 끊기 어렵다는 특수활동비, 정치공작 예산 줄여서 위성 쏘면 됩니다.
정찰위성 사업의 파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작년 2월 이후에는 미래부가 끼어들었습니다. 군과 국정원의 합의로 정찰위성 5기 가운데 SAR 위성 4기는 국방과학연구소가, EO 위성 1기는 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해 개발하기로 됐습니다. 그런데 미래부가 정찰위성의 전력화를 몇 년 늦추더라도 항공우주연구원의 위성기술을 보다 많이 적용해서 정찰위성을 개발하자며 제동을 건 것입니다.
국내 독자 개발, 좋습니다. 100% 국내 기술로 정찰위성 띄우면 금상첨화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정찰위성 전력화를 늦춘다는 것은 킬 체인 구축을 연기하자는 말입니다. 북한의 대남 미사일 공격도 킬 체인 구축 이후로 연기해주면 미래부의 주장은 따를 만합니다. 국정원과 미래부에 정찰위성 관련 입장을 물었더니 두 기관 모두 “보안 사항이니 말할 수 없다”라고만 대답했습니다.
국정원과 미래부가 정찰위성 사업에 끼어드는 통에 3년째 민간 위성 개발업체을 선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찰위성 사업이 3년 동안 중단된 것입니다. 사업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했습니다. 올해도 민간 개발업체 선정은 물 건너 갔습니다.
● 비겁하고 무책임한 軍
국정원과 미래부가 부당한 요구를 하면 군은 당당히 맞서야 했습니다. 지은 죄가 많아서 일까요. 대신 싸워주겠다는 측들에게도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일이 이 지경까지 흘러왔지만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정찰위성 사업, 잘 되고 있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참 비겁합니다. 킬 체인이 망가지든 말든 제 한 몸 번거롭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킬 체인의 약화는 대북 방어력의 훼손입니다. 이를 방기하는 것은 무책임입니다. 온 나라를 혼자 지킬 듯 말은 하지만 실상은 이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