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태풍이 걱정입니다. 긴 방황을 끝낸 5호 태풍 ‘노루’가 주목 대상인데요, 그동안 어디로 향할지 모르고 방황을 이어갔던 그 태풍입니다. 9호와 10호 태풍이 모두 중국에서 소멸했는데, 그보다 먼저 생긴 5호 태풍이 아직도 생명력을 유지하다니 참 질긴 태풍입니다.
우리말인 노루를 이름으로 단 5호 태풍은 9시 현재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860km부근 해상을 지나고 있습니다. 중심기압이 945헥토파스칼로 어느새 매우 강한 태풍으로 발달했는데요, 하지만 크기는 소형이어서 강풍반경이 280km정도로 큰 편이 아닙니다.
5호 태풍 ‘노루’는 힘이 매우 강한 상태여서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45m, 시속으로는 162km에 이릅니다. 고속도로에서 150km이상 밟아 본 분들은 어느 정도 속도인지 아실 텐데요, 강한 풍속만큼 그 파괴력도 어마어마합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태풍이 북진을 계속할 경우 제주도를 지나 남부를 관통해 동해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전국이 태풍의 직접영향권에 들어 강풍은 물론 호우로 인한 엄청난 피해를 당할 수 있고, 이 때문에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제주도 남쪽에서 방향을 조금 북동쪽으로 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태풍은 동남쪽 해안을 스쳐 지나거나 대한해협을 통과할 가능성이 큽니다. 태풍의 오른쪽 바람이 더 강하고 비도 더 많이 내리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면한다고 할 수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태풍이 해상으로 지난다 하더라도 태풍 중심과 가까운 영남지방에는 폭우와 강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시간당 100mm에 가까운 집중호우와 초속 40m를 넘는 순간돌풍이 불수도 있어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5호 태풍 '노루'가 그동안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이상한 진로를 보여 왔기에, 걱정을 안 하고 싶어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5호 태풍이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달 21일로 열흘이 넘었습니다. 이후 일반적인 태풍이 걷는 길을 마다하고 독자행보를 보여 왔죠.
태풍 '노루'는 아직도 일주일 이상 태풍의 힘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보름 이상 살아있는 태풍으로 기록될 것이 분명한데요, 일반적으로 태풍이 일주일 정도의 일생을 갖는 것과 비교하면 참으로 대단한 생명력입니다.
최근 태풍 가운데 '노루'와 맞먹을 정도로 대단한 생명력을 보여준 태풍으로는 2015년 12호 태풍인 ‘할롤라’를 들 수 있습니다. 이 태풍은 14일 동안 우여곡절을 거듭했는데요, 7월 13일 태풍으로 발달했다가 5일 뒤인 18일에 열대저압부로 생을 마감하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태풍은 다시 힘을 키워 20일 약한 소형태풍으로 다시 발달한 뒤 27일 소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