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를 앞둔 잉글랜드에 거는 기대도 크지 않았습니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예선을 겸해 치러진 지난해 U-19 유럽 선수권에서 4강에 진출하며 월드컵 티켓을 따냈지만,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에게 패하며 강한 인상을 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잉글랜드의 우승’을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이번 ‘잉글랜드의 우승’은 마치 ‘각본이 있는 듯’ 했습니다. 조별리그 1차전부터 상황은 잉글랜드를 위해 톱니바퀴처럼 돌아갔습니다.
● 첫 도입된 비디오판독 (VAR)…최대 수혜자는 잉글랜드
잉글랜드는 한국과 기니, 아르헨티나와 ‘죽음의 A조’에 편성됐습니다. 첫 상대부터 ‘강적‘ 아르헨티나를 만났습니다. 잉글랜드는 전체적으로 아르헨티나에게 밀리면서도 빠른 역습으로 먼저 두 골을 뽑아냈습니다. 하지만 리드는 불안했습니다. 슈팅수에서 22대 7로 밀리는 상황이었습니다. 힘겹게 아르헨티나의 공세를 막아내던 잉글랜드는 후반 33분 나온 비디오판독과 함께 승부를 갈랐습니다.
2차전에서 기니와 1대 1로 비긴 잉글랜드는 한국과 3차전에서도 총력전을 펼쳤습니다. 반면 2연승으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은 이승우와 백승호를 빼고 1.5군으로 나섰습니다. 결과는 잉글랜드의 1대 0 승리. 잉글랜드는 A조 1위에 오르면서 그야말로 꽃길을 걷게 됩니다.
● 연장전 없는 잉글랜드, 지친 상대를 만나다!
만일 ‘비디오판독‘이 없었다면 잉글랜드는 코스타리카와 2대 2로 비겨 연장 혈투를 펼쳐야 했을 겁니다. 또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겠죠. 16강에서 C조 3위였던 코스타리카를 힘겹게 누르고 8강 티켓을 따낸 잉글랜드는 이후 결승전까지 연장전 한 번 치르지 않고 승승장구합니다. 반면 잉글랜드의 상대팀들은 연장 혈투로 지친 상태에서 올라오게 됩니다.
결승 상대인 베네수엘라는 16강부터 3경기 연속 연장 승부를 펼치며 체력이 소진된 상태였습니다. 아무리 전승 행진을 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고 해도,고통받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겠다는 확실한 목표 의식이 있었다고 해도 ‘지친’ 베네수엘라는 ‘쌩쌩한’ 잉글랜드를 상대하기가 버거웠습니다. 여기에 잉글랜드에게 운까지 따랐습니다. 잉글랜드는 전반 25분 베네수엘라가 날린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는 아찔한 위기를 넘겼고, 후반 골키퍼 선방으로 페널티킥 위기까지 넘기며 마침내 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 이후 51년 만에 FIFA 주관대회에서 정상에 오르기까지 잉글랜드의 우승을 위한 각본은 마치 짜여진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