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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디지털 몰라도 디지털 한다…친절해지는 은행 AI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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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에게 3만원을 보내줘"
 "고객님, 보내는 금액과 받는 분을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맞으시면 이대로 보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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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장면, 이제는 그다지 새로워 보이지 않으실 겁니다. 휴대전화 바라보며 얘기하고, 휴대전화가 반응하는 장면에 이미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최근 "빅스비!" "빅스비!"를 외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더더욱 익숙한 장면입니다. 아마 요즘 빅스비가 제일 바쁠 겁니다. 몇 번씩 불러대는 걸 보면, 빅스비가 아직은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엉뚱한 일을 하나 봅니다.

● 금융 '빅스비'의 등장?…착오송금의 엄중함

그런데 빅스비가 금융 일을 한다고 치면, 조금 더 깐깐해져야 합니다. "빅스비, OO에게 전화 걸어줘"라고 했는데 엉뚱한 곳으로 전화가 가면, 그 핑계로 오랜만에 안부라도 물을 수 있겠죠. 그러나 엉뚱한 곳으로 돈이 가면, 그 때문에 아주 난감해질 수 있습니다.

잘못 보낸 돈을 돌려받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해보겠습니다. 흔히 '착오 송금'이라고 합니다. 엉뚱한 곳으로 돈을 보내고 나면, 은행에 찾아가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그러면 은행에서 착오 송금이 이뤄진 계좌의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돈을 돌려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돌려받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죠. 만약 다른 은행이라면 이 은행이 저 은행으로 연락을 한 뒤 역시 같은 절차를 거치면 됩니다. 통장 주인이 동의를 하더라도 보통 이틀은 걸려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동의를 안하는 통장주인이 의외로 많다는 겁니다. 전화번호가 바뀌어서 연락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요. 만약 동의를 안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통장으로 들어간 이상 그 사람의 재산입니다. 은행이라고 마음대로 뽑아올 수 없습니다. 민사 소송을 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돈 한 번 잘못 보냈다가 못된 통장주라도 만나면 낭패를 보는 겁니다.

"돈을 잘못 보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2015년 기준으로 착오송금 돌려달라고 청구한 경우가 6만 1천여건이나 됩니다. 하루에 167건 꼴로 1년에 1천8백억원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이런 저런 이유로 돌려받지 못한 돈이 836억원에 달합니다. 금융 AI는 '빅스비'처럼 배우면서 실수를 고쳐나갈 여유가 없는 겁니다.

● '가상의 은행창구'에 데뷔한 AI 직원?…아직은 초보 단계

우리은행이 음성으로 금융업무를 도와주는 AI를 내놨습니다.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첨단 AI와는 아직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귀를 제법 잘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착오송금을 막기 위해 돈 보내기 전에 다시 물어봐주기도 합니다. 물론 이 AI 직원을 만나기 위해서는 본인 인증하고, 등록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겠지만, 송금 그 자체만은 편리해진 겁니다.

목소리가 아니라 문자메시지로도 얘기를 할 수 있는 AI도 등장했습니다. KEB하나은행에서는 송금을 문자 메시지로 할 수 있는 텍스트 뱅킹이라는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먼저 평소에 자주 거래할만한 5곳을 애칭으로 등록합니다. 우리 딸. 아내. 아버지.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KEB하나은행 AI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우리 딸에게 2만원 보내줘”그러면 송금을 해주는 겁니다. 얼핏 보면 문자로 송금 하는 단순한 기술 같지만, 이면에는 은행의 AI 직원과 대화를 해서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기술이 깔려있습니다.

이 두 경우가 뭐 그리 대단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업 전반에 걸쳐 이미 AI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수를 해서는 안되는 금융 업무의 전면에, 그러니까 ‘가상의 은행창구’에 AI 창구직원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이 AI들은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 배워가는 딥 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발한발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세돌 9단을 이겼던 알파고가 바둑을 배웠듯이 은행의 창구 업무를 배워가고 있는 겁니다.
음성을 이용한 송금 서비스
● 디지털 몰라도 디지털 한다?

솔직히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모바일 은행의 AI 직원이 어떤 기술로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 필요 없습니다. 편리하고 안전하면 되는 겁니다.

일단, 많이 친절해졌습니다.  AI의 친절? 은행 창구직원의 상냥한 미소 혹은 무뚝뚝한 말투를 떠올리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AI의 친절이란, 그런 의미의 친절이 아니라, 종전의 복잡한 절차가 사라지고 한결 간단해진다는 얘기입니다. 등록하고, 본인인증하고 공인인증서 누르고. 이런 절차가 간단해진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친절은 디지털 소외계층에게 더 중요합니다.

최근 모바일뱅킹이 급증하고 있지만, 소외계층은 여전히 많습니다. 모바일에 익숙치 않은 분들이 휴대전화 들고 송금하시는 거 보신 적 있으신가요? 모바일뱅킹에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에게 모바일 송금은 참 곤욕스러운 일입니다. 작은 글씨 봐가면서 통장비밀번호, 송금액수, 상대방 통장 번호(혹은 자주 쓰는 계좌), 상대방에게 남길 말을 하나하나 누르고 공인인증서 비밀 번호까지 눌러서 5만원 보내시는 것. 생각보다 참 어려운 일입니다. 옆에서 보고 있노라면, 대신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몇 번씩 듭니다. 아예 모바일 안 쓰시고, 통장 들고 버스 타고 걸어걸어서 은행 창구를 찾아가시는 게 이해가 됩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은행 AI 직원이 친절해져야 하는 겁니다. 은행 AI 직원이 더 친절할수록, 그러니까 다시 말해 더 간편하고 쉬워질수록 디지털 소외계층이 편리해지는 겁니다. "우리 딸에게 10만원 보내줘" "통장에 얼마 남아있는지 확인해줘" 말 한마디로 금융이 이뤄진다면 어르신들이 얼마나 편해지겠습니까. 공인인증서 없이 말입니다. 이게 진정한 디지털입니다.

● 내가 나임을 증명한다…편의성과 보안성, 두마리 토끼를 잡아라

지문 뿐 아니라 홍채 인식으로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있는 기계가 많아졌습니다. 휴대전화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겁니다. 내가 나이고, 내 돈의 주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굳이 SKT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는 겁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은 금융에도 적용이 됩니다. 예를 들어 주식 거래를 하기 위해 한국투자증권의 앱에 들어간다고 하면, 예전에는 비밀번호를 하나하나 눌러야 했다면 이제는 지문만 쓰윽 대면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런 편리함 경쟁은 점점 더 심해질 겁니다. 사용자가 서비스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바로 다른 앱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는 앱은 많습니다.

그런데 편의 뿐 아니라 보안도 참 중요합니다. 자신의 재산을 맡겨놨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홍채, 지문, 손가락 지문, 손바닥 지문 같은 첨단 인증장치가 이용되면서 보안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생체정보는 해킹, 유출의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비밀번호야 해킹당하면 비밀번호 바꾸면 되지만, 홍채 정보가 유출되면 눈을 바꿀 수도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생체 인증 정보에 대한 보안 및 저장방식, 인증 방식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인인증서를 통해서 금융거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해서 안전한게 아니라는 것은 증명이 됐다”라면서 “외국에서는 하나의 인증서가 아니라 생체인증을 포함한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서 쉽게 본인 인증을 하고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생체 인증은 그런 기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은행 AI 직원이 편리하면서도 안전해지기 위한 과학적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인 겁니다.

10년, 20년 뒤에 은행 AI 직원은 어떤 모습일까요? 혹시 로봇 형태를 갖췄다면 외모는 어떻고 목소리는 또 어떨까요?  확실한 건 그때는 어르신들도 디지털 소외계층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말 한마디면 다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때의 AI 직원은 "우리 딸에게 2만원 보내주세요"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을 할 겁니다. 알아서 투자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역할을 하겠죠. 초창기인 지금보다 훨씬 잘할 겁니다. 회사가 월급 주는 그 은행이 바로 내 주거래은행이 되는 악순환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간의 경쟁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니다. 말 한마디로 돈을 옮길 수 있는데 굳이 불친절한 은행에 돈 넣어둘 필요 있겠습니까. 그때는 고객 대우 제대로 받을까요?

어쩌면, AI 직원에 따라 주거래 은행을 결정할지도 모릅니다. 신한은행 AI직원이 돈을 잘버는지, KB국민은행 AI직원이 돈을 잘 버는지에 따라 은행을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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