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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당정(黨政)관계, '문재인-안희정' 누구 말이 맞나?

[취재파일] 당정(黨政)관계, '문재인-안희정' 누구 말이 맞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안희정 두 후보가 지난 달 30일 열린 마지막 TV토론에서도 충돌했습니다. 현실 정치 문제에 대한 해법, 정치 철학에 대한 의견 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습니다. 같은 친노 뿌리를 갖은 두 후보였지만 현실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 차는 컸습니다. 차라리 경선 승리를 위해 서로 뻔히 사정 알면서 벌이는 득표전 성격의 공방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 권력은 부자 간에도 나눌 수 없다고 하지 않나.’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두 후보의 설전은 단순히 경선의 유불리를 따지는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서로를 바라보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세상을 바꿀 정치적 해법에 대한 근본적인 견해 차였습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장에 있었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평소 토론을 즐겼던 성격이니 두 사람 모두 격려해줬을까 아니면 동지끼리 너무 그러는 거 아니라고 두 사람을 모두 나무랐을까.
문재인
● 文의 당정관계…경험에 입각한 ‘현실론’

이번 쟁점은 당정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차기 정부는 집권 여당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라는 안희정 후보의 질문이 발단이었습니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에서 시행했던) 당정분리가 우리 현실에는 안 맞았다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오히려 '당정일체' 통해서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후보는 자신이 지금 추진하는 정책 공약도 다 지난 번 총선 때 만든 민주당 정책을 그대로 가져 오고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과 유기적 관계에 있음을 강조한 겁니다. 하지만 정당 업무를 총재처럼 지휘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라면서 "공천이나 당 운영에는 관여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책, 인사를 위해서만 긴밀히 협의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책뿐만 아니라 인사라든지 모든 면에서 (당과) 협의할 것이라는 문 후보의 말 속에는 참여정부 당시, 당정(黨政)·당청(黨靑) 간 대립과 혼란이 국정 운영, 나아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경험적 판단이 깔려 있는 듯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출입했던 17대 국회 당시, 수평적 관계를 갖고자 했던 청와대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그렇게 원만한 관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이 청와대에 종속될 수 있다는 안 후보의 우려 섞인 질책성 질의가 계속되자 문 후보는 “저는 안 후보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안희정
● 安의 당정관계…의회주의에 입각한 ‘정치신념’

반면 당정관계를 바라보는 안희정 후보의 접근은 전혀 달랐습니다. 안 후보는 그 동안 집권 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는 비판적 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집권 여당이 의회의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보다 청와대의 국정 수행을 돕는 데에만 매달려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겁니다. 여당은 청와대가 하는 일이면 일단 무조건 싸고 돌았고 그 원인 가운데 하나가 수직적 당청관계에 있다는 지적입니다.

안희정 후보가 유독 문재인 후보를 향해 당정분리에 대한 입장을 따져 물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문 후보가 오랫동안 대세를 유지하면서 당내에 친문이라는 가장 큰 세력을 형성했고 또 (그 외에) 많은 분들이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집권하게 되면 그분들이 실제적으로 당을 장악할 텐데 그럼 집권여당은 또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겠는가'라는 우려입니다.
 
당정분리는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까지만 해도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는 대통령이 당의 총재를 맡아 당의 정책은 물론 인사와 재정에까지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수직적 관계였습니다. 국회의원의 ‘목줄’이라고 할 수 있는 공천권까지 총재가 쥐고 있었으니 가히 ‘제왕적 총재’라 할 만 했습니다.

정치개혁 대상 1호로 꼽히는 ‘제왕적 대통령’은 사실 ‘제왕적 총재’가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대통령은 총재라는 막강한 지위를 통해 정부는 물론 이를 견제해야 할 의회까지 좌우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국가권력‘을 동원해 ‘여소야대’ 국면을 ‘여대야소’로 바꾸는 인위적 정계개편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지만 사실 당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최순실 사건' 같은 구태가 사라지지 않는 건 청와대가 당청 간 긴밀한 협력이라는 미명 하에 집권여당을 야당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방패막이나 정권의 숙원 사업을 밀어 붙이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안 후보의 진단입니다. 

● 같은 지향-다른 해법

민주당에서 친노의 뿌리를 나눈 문재인, 안희정 두 후보가 정반대의 정치적 지향을 갖고 있을 리 없습니다. '깨끗한 권력, 국민이 행복한 나라'… 뭐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런 나라를 만들고 싶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나라를 만드는 방법이 한 가지일 수는 없습니다. 물론 어느 방법이 옳은지는 각자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문재인-안희정 후보의 시각 차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당정 간 긴밀한 협의 없이는 효율적이고 유기적인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문재인 후보와 의회주의에 입각해 야당은 물론 여당도 의회의 일원으로서 대통령이 협치해야 하는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안희정 후보… 두 사람의 정치 철학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지, 선택은 우리 유권자의 몫입니다. 당신의 선택은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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