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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벽돌, 각목 그리고 빗자루…그들이 車에 흠집을 내는 이유

"아껴야 한다"

통계청의 2016년 가계 동향에 따르면,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은 0.4% 줄었습니다. 물가가 오른 만큼 소득이 늘지 않아 사실상 소득이 줄었다는 겁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당연히 소비도 줄었습니다. 벌이가 시원찮은데, 씀씀이를 늘릴 수는 없습니다. 소비가 0.5% 줄었는데, 전년보다 줄어든 건 2003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뒤 처음입니다.

몇 년째 불황이 계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크게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으니까 소비자들은 본능적으로 지갑을 닫습니다.

"모두 아껴야 한다"며 이걸 이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짜 수리' 마케팅입니다. 그런데 말이 마케팅이지 명백한 보험사기 범죄입니다. 먼저 이런 전화부터 조심하셔야 합니다.

● "1234 차주시죠? 흠집을 공짜로 수리해드릴 수 있습니다"

회사원 이모 씨는 서울 관악구의 한 골목에 자기 차를 세워놨다가 이런 전화를 받았습니다. "차 앞 범퍼와 옆에 상처가 있던데, 혹시 공짜로 수리하시겠습니까?" 이 씨는 오며 가며 차에 상처가 났지만, 수리비가 만만치 않고 크게 눈에 띄지도 않아 그냥 놔뒀던 터라 전화 내용을 녹음해뒀습니다. 전화 녹취의 주요 내용입니다.

"자차보험 이제 접수하셔 가지고 처리하시게 되면, 제 뭐 자기 부담금이 최소 20만 원에서 50만 원 이렇게 나와요. 그런데 저희가 그 부분을 부담하고 해드리기 때문에 뭐 이제 따로 들어가시는 비용은 없습니다"

"네. 그러니까 이제 보험사에 수리비를 신청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뭐 막 사고가 난 건 아니잖아요. 이제 저희가 문자를 좀 보내드려요. 그 문자 그대로 보험사에 접수해주세요. 그리고 저희에게 2~3일 정도 맡겨주시면 수리 완벽하게 해가지고 갖다 드리죠. 저희가 이제 조금 더 손해 보면서 이렇게 무상을 해드리는 거고요”


무슨 소리인지. 왜 불법인지. 하나하나 설명드리겠습니다.

● 자기 부담금을 안받는다고요?
차가 긁히면 참 속상합니다. 수리를 하러 가면 항상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또 속상합니다. 그래서 보험사에 전화를 해봅니다. 보험사들은 "전체 수리 금액의 20%, 최저 20만 원에서 최고 50만 원까지 자기 부담금을 받는다"고 설명합니다.

자기 부담금. 왜 부담해야 할까.

보험사 설명은 "추가 부담없이 수리를 할 수 있으면, 별 것 아닌 것까지 모두 보험금을 청구하게 되고, 그러면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이 많아지고, 그러면 결국 보험료가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도입됐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들어봐도 소비자보다는 보험사를 위한 규정인 것 같지만, 여하튼 보험 약관에 자기 부담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차보험으로 공짜수리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앞의 전화는 이 부담금을 받지 않겠다는 겁니다.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게 규정인데, 받지 않겠다면 자신들이 그 부담금을 내겠다는 얘기입니다. 이들은 자선사업가일까요?

● 벽돌과 각목, 그리고 빗자루

아닙니다. 수리비를 부풀려서 보험사에서 받은 뒤에 그 돈으로 부담금을 대신 내주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보험사들이 '부풀린 수리비'에 잘 속지 않습니다. 차량의 흉터 장면, 즉 수리 전 차 사진을 찍어서 함께 내야 합니다. 그래서 부숩니다.
차량 흠집 보험사기
이 분은 벽돌을 들고 와서 차를 더 부숩니다. 벽돌로 때리기도 하고, 긁기도 합니다. 블랙박스 끄는 걸 잊어버리고 작업을 하다가 딱 걸린 경우입니다. 이 블랙박스 화면에는 "쿵쿵"소리와 함께 차량이 흔들거리고 충돌 시 울리는 경고음이 울리는 장면이 그대로 녹화됐습니다.
차량 흠집 보험사기
차량 흠집 보험사기
이 분이 들고 있는 건 각목입니다. 각목으로 때리기도 하고 긁기도 합니다. 문 아래쪽에 상처를 더 내는 작업이 맞은 편에 있던 카메라에 찍혔습니다.
차량 흠집 보험사기
이 분은 빗자루를 골랐습니다. 플라스틱 빗자루로 강하게 쓸면 넓은 부위의 상처를 한 번에 낼 수 있습니다.

차 주인이 본다면 참 가슴 아픈 장면입니다. 수리해주겠다고 가져간 자신의 차를 더 부수고 있으니까요. 한 보험사의 보험사기조사단 팀장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공업사에서 수리할 부위를 더 확대함으로써 더 많은 수리비가 나오게끔 하는 겁니다. 벽돌이나 각목을 사용하면 파손 부위가 더 넓게 확대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못으로 하면 사진 촬영을 할 때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벽돌을 쓰면 파손 부위가 좀 더 넓고, 더 잘 보이고, 더 깊기 때문에 훨씬 넓게 도색을 하거나 교체를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겁니다"

그리고 위의 장면들은 모두 내부 제보자들의 제보입니다. 보험사에 제보를 하면 포상금을 주는데, 요즘엔 제법 많은 제보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이렇게 상처를 더 키워서 수리비가 더 부풀리면, 이윤이 더 커져서 고객이 내야 할 자차 부담금을 대신 내주고도 돈이 남는 겁니다.

물론 모든 수리업체가 아니라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일부 수리업체 얘기입니다.

● 공짜수리 맡긴 주인도 '보험사기 공범'

수리업체가 어떻게 수리비를 부풀려서 자기 부담금을 내주는지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부 비양심적인 수리업체뿐 아니라 차 주인도 보험사기 공범으로 함께 처벌 받습니다. 수리비 아끼려다가 전과자가 될 수 있는 겁니다.

"몰랐다고요?" 위의 전화 녹취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최근에) 막 사고가 난 건 아니잖아요. 이제 저희가 문자를 좀 보내드려요. 그 문자 그대로 보험사에 접수해주세요"

쉽게 설명 드리면, 보험 사기범이 차주인에게 "사고가 어찌어찌 났다"라고 허위로 보험사에 접수를 하라고 시키고 있는 겁니다. 방법이 미숙할 수 있기 때문에 '견본'을 보내주는 친절함도 잊지 않습니다. 결국, 차주인이 얼마나 보험사기를 할지는 몰랐지만, 적어도 허위로 신고한다는 건 알고 했다는 뜻입니다. 처벌을 피하기 힘들겠죠?

● 안 걸려도 보험료 인상, 걸리면 보험료 폭탄

업체들은 이럽니다. “안 걸려요. 이런 저런 얘기 신경 쓸 것 없습니다"

단속을 피할 수 있으면 얼마나 남길 수 있을까요? 최근 사고 경력과 부서진 정도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최근 2년 간 사고를 낸 적이 있으시다면 보험료가 인상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한 손해보험사에 부탁했더니 이런 계산이 나왔습니다.

사고 경력이 있는 운전자가 수리비 15만 원을 아끼기 위해 공짜 수리를 했고, 업체가 15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이 운전자는 작년과 재작년에 경미한 사고를 신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3년 연속 사고를 낸 겁니다. 그러면 보험료 인상 요인이 생깁니다. 결국 보험료가 22만 원 오르게 됩니다. 15만 원 아끼려다가 보험료 22만원 올랐으니 7만 원 손해인 셈입니다.
3월 8일 8뉴스 손승욱 출연CG
그런데 공짜 수리를 하다가 단속에 걸렸다. 이건 재정적으로도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일단 보험사기범이 됐기 때문에 자동차 보험 가입이 안됩니다. 그런데 의무보험이죠? 그러면 '공동인수'라는 걸 합니다. 보통은 교통사고를 많이 내서 보험사들이 가입을 받아주지 않는(보험사들의 행태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겁니다. 보험사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공동인수 보험료가 장난이 아닙니다. 보통 70만~80만 원 내시던 분이 200만~300만 원을 내기도 합니다. 보험사기 전과자에게도 이런 원칙이 적용되는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보험사에는 각 정비업체 내부 제보가 몰리고 있습니다. 보상금이 사안에 따라 제법 되는 모양입니다. 동영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딱 걸립니다. 공짜 수리하려다가 보험사기범 되고 보험료 폭탄도 맞을 수 있는 겁니다.

 ● 결(結)

공짜 수리 보험사기로 처벌받은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최근 2년 간 1,860건이 적발됐고, 이 사건으로 881명의 차 주인이 처벌됐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공짜 수리를 하는 분들이 많게 된 건 수리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 공짜 수리 보험사기는 꼭 붙잡아야 합니다. 이런 보험 사기들이 모여서 내 보험료를 올릴 테니까요. 하지만, 보험사와 정비업체가 정해놓은 수리비에 거품은 없는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봄 나들이 철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또 교통사고가 늘어날 텐데요. 그에 앞서 공짜 수리 뿐 아니라 수리비 부풀리기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의 '쎈' 단속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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