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유일하게 연구학교로 지정된 문명고에서도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문명고는 일요일인 19일 오후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월요일부터 자율학습이 없으니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알렸으나 학생들은 이를 무시하고 학교에 나와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문명고 역시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심해 국정 교과서 채택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교육부는 꺼져 가는 국정 역사 교과서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연구학교 신청을 못했으나 국정 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국정 교과서를 무료로 배부하고 각종 지원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국정 교과서를 무료로 지원해 보조 교재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국정 역사 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철저하게 외면 받으면서 내년에도 국정 교과서 선택을 둘러싸고 심각한 반목과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높습니다. 숱한 논란 속에 추진된 국정 역사 교과서 때문에 자칫하면 결국 3년 전 교학사 사태처럼 엄청난 혼란과 갈등이 재연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국정과 검정 교과서 가운데 학교가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게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대로라면 국정 교과서를 선택할 학교가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당시 뉴라이트 등 보수성향 학자들이 주축이 돼 집필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2013년 8월 검정 심사를 통과하자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는 거센 반발이 일었습니다. 결국 숱한 논란과 갈등 속에 이듬해인 2014년 1월 이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전국에서 단 1곳에 그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했던 일부 학교가 외부 세력의 집요한 방해와 반발에 부딪쳐 교재 선택을 대거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교육 현장은 역사 전쟁으로 이념 대결장이 되기도 했습니다.
종전의 검인정 교과서 대부분이 좌편향이라는 문제 인식에서 시작한 정부의 국정 교과서 추진이 끊임없는 혼란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역사에 대한 획일적 시각을 국가가 정해 교과서에 넣겠다는 발상에 거부감도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국정화 추진이 거센 반발에 동력을 잃어가면서 국정 교과서가 정권의 운명과 함께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차제에 역사 교육에 관해서는 교육 과정 적용 시기를 미루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좌우 편향 논란이 없게 집필 기준을 다시 마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