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한국납세자연맹은 김 여사의 옷값을 비롯한 의전 비용이 국가 예산인 특수활동비, 특활비에서 지출됐을 거라는 의구심을 제기했고, 지난 2019년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최근 법원은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청와대는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적극적인 공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터무니 없는 중상모략'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가 특활비 투명성을 위해 노력했고, 예산도 40.2%나 줄였다고 했습니다.
민주당도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특활비를 두고 벌어지는 공방 속, SBS 사실은팀은 '특활비 40% 감축'이라는 주장을 지렛대삼아 지금의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특활비 감축의 이면
일단, 수치가 맞는지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기획재정부의 재정 정보 공개 시스템을 통해, 특활비 예산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2017년 특활비 예산은 4,007억 원 2022년에는 2,396억 원으로 1,611억 원, 40.2%가 줄어들었습니다. 수치로 보면, 박수현 수석과 윤호중 비대위원장, 고민정 의원 등 여권 관계자들의 주장은 사실입니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특활비 청와대 상납 사건을 계기로 특활비 감액과 투명한 지출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8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는 국회에 출석해 특수활동비를 크게 줄이겠다고 말했다.
이듬해, 특활비를 받던 19개 기관 가운데 대법원과 공정위 등 5곳은 특활비가 폐지됐고, 국방부, 경찰청, 국회를 필두로 대부분 예산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특활비가 대폭 줄어드는 사이, 크게 늘어난 예산이 있습니다. 특정업무경비, 이른바 특경비입니다. 특경비는 특활비 만만치 않은 쌈짓돈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먼저, 특활비와 특경비의 차이를 알아봤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작성한 2022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 계획 집행 지침에는 각 부처가 예산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적혀 있습니다. 문서에 있는 주요 문장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공무원 '개인'에게 지급될 경우, 둘 다 영수증 처리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되고, 다만, 특정업무경비는 30만 원이라는 지급 범위가 있습니다.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법도 비슷합니다. 감사원의 감사를 받을 수 있지만, 주로 조직 내부의 통제에 의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특활비와 비교해볼 때 특경비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늘었을까요.
2017년 기준, 특활비 예산은 4,007억 원이었는데 특경비 예산은 7,340억 원이었습니다. 2022년 예산 대비 특활비는 40.2% 줄어들고, 특경비는 20.3% 늘었습니다.
두 예산의 합계 기준으로 연도별로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증가 추세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 쪽에 의견을 물었습니다. 민주당 측에서는 "특경비에 대한 지적은 언론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문제 제기가 계속 돼 왔다는 건 잘 알고 있다. 다만, 특경비는 특활비에 비해 투명도가 높기 때문에, 특활비가 줄고 특경비가 늘어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투명성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활비 공개 논란의 본질은?
앞서 시민단체인 납세자연맹이 청와대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맞은 편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지출한 100억 원 이상의 검찰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라는 소송도 있었습니다. 시민 단체인 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좋은예산센터가 소송을 냈습니다.
조국 사태가 한창이었던 2019년 11월 소송이 시작돼, 지난 1월 특활비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청와대가 항소했던 것처럼, 검찰도 공개할 수 없다며 항소했습니다. 이번에는 여권과 진보 언론이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맞은 편을 향해 특활비 정보를 공개하라며 불을 지폈고, 정부는 공개를 거부하며 항소로 대응하는 것까지 닮았습니다. 누가 방만하게 썼느냐는 의혹 제기는, '주어'만 달리하며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특활비 사용 내역 공개 요구가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일종의 프레임을 씌우기 좋다는 계산이 깔렸습니다. 특활비 사용 내역이 서로의 부도덕함을 공격하기에 편리한, 달리 말하면, 진영 양극화의 도구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누가' 방만했느냐를 너머, '왜' 방만해야 하느냐를 먼저 고민해야 할 듯 싶습니다. 쌈짓돈이라 불린 특활비가 줄어든 사이, 그만큼 특경비가 증가했다는 통계는 다른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고 믿습니다. '투명성 강화'를 말하며 또 다른 쌈짓돈을 늘려 놓은 것은 아닌지, 아니면, 민주당의 말처럼, 특경비가 예산 투명성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편이니 큰 줄기에서 보면 투명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지, 지난한 토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진보 언론이든 보수 언론이든, 진보적 시민단체든 보수적 시민단체든,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지 않으면, 특활비 공개 논란은 진영 논리의 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팩트체크 사실은, "정부 특수활동비 40% 줄었다"에 대한 판정은 "안타깝지만, 사실"로 하겠습니다.
(인턴 : 이민경, 정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