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국립대 교수 3명이 제자들에게 줘야 할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 강의는 여전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내부 고발을 한 학생 일부도 자신이 고발한 교수의 수업을 듣고 성적을 받아야 하는 처지입니다.
보도에 원종진 기자입니다.
<기자>
공대 4학년 전공 수업이 진행 중인 국립 인천대학교의 한 강의실. 이 강의를 맡은 A 교수는 제자들의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8월부터 2년여 동안 산학협력연구과제 여러 개를 수행하면서 제자들의 몫으로 입금된 연구비 4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입니다.
[A교수 수업 수강생 : (검찰 조사받는 것을) 잘 몰랐거든요. 나중에 알게 돼서 수강신청하고 좀 후회했어요.]
대학 측은 지난해 A 교수에게 정직 3개월의 처분만 내린 뒤 이번 1학기 강의를 배정했습니다. 연구비를 횡령한 또 다른 교수 2명에 대해서는 횡령 액수가 적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징계도 하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대자보를 붙이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천대 공대 재학생 :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돈을 갈취 해 서 자신이 사용한 것인데, 다시 그 분들이 돌아와서 학생들을 마주한다는 게…]
연구비를 갈취당한 학생들 일부는 졸업을 위해 이들 교수의 수업을 들어야 하는 처지입니다.
[인천대 공대 재학생 : 모든 것을 다 감수하고 (내부고발을) 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졸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수업을 선택하고…]
하지만 학교 측의 대처는 미온적이기만 합니다.
[인천대학교 관계자 : 혐의 사실이 확정돼 있는 것은 아닙니다. 관행상으로 대학에서는 교수님들 1심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징계하지 않습니다.]
지난주 중간고사를 치른 학생들은 문제의 교수가 주는 성적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조무환, VJ : 이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