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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가 대기질 종합관리센터가 필요하다 ①

이상한 동거, 환경·기상 통합 예보실

[취재파일] 국가 대기질 종합관리센터가 필요하다 ①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4시 30분쯤이면 기상청 국가기상센터에는 기상청 직원이 아닌 외부인이 꼭 들어온다. 기상청 8층, 국립기상연구소가 제주도로 옮기면서 이 공간에 새로 들어온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기상통합 예보실 직원이다. 환경·기상 통합예보실에서 생산한 미세먼지 예보 결과를 가지고 2층에 있는 국가기상센터로 내려와 설명을 하고 오전 11시와 오후 5시 발표되는 기상 통보문에 미세먼지 예보 결과를 함께 싣기 위해서다. 이런 일은 2월 14일부터 매일 반복되고 있다. 환경부 미세먼지 예보팀이 기상청과 동거를 시작한 이후다.

미세먼지 예보, 나아가 초미세먼지와 오존을 비롯한 각종 대기질 예보를 누가, 어느 조직이 하는 것이 좋을까? 또 그 조직은 어떻게 어느 규모로 만드는 것이 좋을까? 다양한 주장과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문제다. 다음과 같은 순서로 5차례에 걸쳐 글을 싣는다.

(1) 국가 대기질 종합관리센터가 필요하다...이상한 동거, 환경·기상 통합 예보실
(2) 국가 대기질 종합관리센터가 필요하다...대기질 관리, 별도 조직이 필요하다
(3) 국가 대기질 종합관리센터가 필요하다...국가 대기질통합관리센터
(4) 국가 대기질 종합관리센터가 필요하다...모형은 하나의 도구에 불과
(5) 국가 대기질 종합관리센터가 필요하다...중국발 미세먼지, 재난 차원에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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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캡쳐_50


(1) 국가 대기질 종합관리센터가 필요하다…이상한 동거, 환경·기상 통합 예보실

환경부는 지난해(2013년) 8월 30일 대기질(Air Quality)도 날씨처럼 예보한다는 거대한 포부를 갖고 수도권 지역에 대해 미세먼지(PM10) 시범 예보를 시작했다. 출발 당시 환경부의 미세먼지 예보 인력은 단 3명뿐이었다. 320명이 넘는 기상청의 예보 인력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이후 미세먼지에 대한 언론과 국민의 관심이 급증하고 미세먼지 예보정확도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면서 미세먼지 예보팀 인력은 12명으로 급팽창했다. 12명의 인력 중에는 기상청에서 파견된 2명의 인력이 포함돼 있다. 기상정보 해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미세먼지 예보 TF팀이 꾸려진 것이다. 12월 9일이다.

그런데 12월 31일부터 1월 1일 사이 겨울 황사가 찾아오면서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환경부는 1월 1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평상시와 비슷한 ‘보통’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곳곳에서 고농도 상태가 나타났다. 예보가 틀린 것이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예보가 틀린 것은 중국발 스모그가 들어오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간 것이 아니라 황사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1월 1일 새벽에 급하게 겨울 황사가 찾아 왔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정작 황사 예보를 담당하는 기상청은 아무 말이 없었다. 기상청은 환경부가 황사 자료를 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협업(協業) 강조하는 현 정부에서 환경부 산하 두 기관이 협업이 안 돼 혼란을 초래한 것이다. 미세먼지 예보 TF팀에 기상청에서 기상 담당인력 2명을 파견했지만 황사 내습에 대한 정보는 공유하지 못한 모양이다. 내부적으로 정보를 교환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공개된 자료로 볼 때는 그렇다.

이때 정부에서 나온 생각이 미세먼지 예보에 기상 인력의 도움을 받는 차원을 넘어 미세먼지 예보와 기상 예보를 통합해서 같이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미세먼지 예보와 황사 예보를 같은 곳에서 하면 기상정보를 충분히 공유해 황사 발생 시 혼란이 없을 뿐 아니라 예보정확도 역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예보를 날씨 예보와 통합하는 것은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우선 법적으로 미세먼지 예보는 대기환경보전법에 의해 환경부에서 하게 되어있다. 물론 황사는 기상청에서 예보하는 것으로 기상법에 규정돼 있다. 미세먼지와 날씨를 한 기관에서 통합 예보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이 바뀌어야 한다. 미세먼지 예보인력 12명을 단순히 기상청으로 보내면 되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미세먼지 관련 인력에는 12명의 예보 인력뿐 아니라 미세먼지를 관측하고 예보하고 통보하고 경보를 발령하고 대응하는 인력까지 전국에 퍼져 있다. 소속 또한 다르다. 환경부나 기상청 인력뿐 아니라 지자체 인력도 있다. 미세먼지 관측 장비 또한 전국 각지에 설치돼 있다. 미세먼지와 날씨 예보를 통합한다면 미세먼지와 관련된 많은 인력과 장비를 어디까지 얼마나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환경부가 미세먼지 관련 부분을 기상청으로 넘겨 통합할 것인지, 아니면 기상청 예보 인력을 환경부로 넘겨 통합 예보를 할 것인지 아니면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을 예보하는 독립된 별도기관을 설립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환경·기상 통합 예보실 인력은 환경부 소속 12명과 기상청 소속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환경부 소속 12명에는 팀장 1명에 예보 A조 4명, B조 4명, 모델개발 인력 1명, 행정인력 2명 등이다. 기상청 소속 5명은 환사연구과 인력이다. 팀장 1명에 황사 예보 인력 4명이다. 물론 미세먼지 예보 A조와 B조에는 각각 1명씩 기상청에서 파견된 인력이 포함돼 있다. 미세먼지 예보에서 기상정보, 특히 기류 흐름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다. 어찌 됐든 환경·기상 통합 예보실 미세먼지 예보 인력 12명과 황사 예보 인력 5명이 함께 근무함으로써 지난 1월 1일처럼 황사가 올 때 발생할 수 있던 혼란은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또 기상청 내부에서 함께 근무하는 만큼 기상정보에 대한 협업도 분리돼 있을 때보다 보다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미세먼지 예보정확도는 미세먼민 TF팀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있을 때나 지금처럼 기상청과 동거를 한 뒤에나 별다른 차이가 없다. 환경부는 지난 12월까지 예보 정확도는 69.9%라고 밝혔고 2월에는 예보정확도가 71.3%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부가 새누리당 주영순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 때문에 시민들의 건강이 걱정되는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예보 정확도는 35%에 불과하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날 3번에 2번은 여전히 예측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황사팀과 협업으로 혼란을 줄이고 예보정확도를 높인다는 것은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웠다. 황사 발생 일수를 따져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1960년부터 2013년까지 54년 평균 황사 발생일수는 5.6일이다.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2001년으로 27일 발생했지만 1994년을 비롯한 9년 동안은 황사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미세먼지와 황사 예보 부분을 통합한 환경·기상 통합 예보실을 만들고 근무 공간을 기상청 내부로 옮김으로써 황사로 인한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날은 1년 365일 가운데 평균 5~6일 정도라는 얘기다. 그것도 그동안 두 기간의 협업이 전혀 없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그 만큼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기상 통합 예보실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황사가 발생하지 않는 연평균 360일은 황사 예보팀이 미세먼지 예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없다. 1월 1일 겨울황사 발생으로 갑자기 만들어진 환경·기상 통합예보실은 그 만큼 이상한 동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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