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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번호라 믿었는데"…중계기로 '노쇼 사기'

<앵커>

기관이나 유명인 등을 사칭해 물품을 주문한 뒤 돈만 받아 가로채는 이른바 '노쇼'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010으로 시작되는 국내 번호가 찍혀 있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설명인데, 알고 보니 해외 번호를 국내 번호로 바꿔주는 중계기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민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6월 고창의 한 농약사에 방제 물품을 대신 사달라는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군청 공무원을 사칭한 이들은 자치단체 명의로 된 가짜 공문까지 보내며 의심을 피했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농약사가 보낸 구매대금 1억 7천만 원을 가로챘습니다.

군산의 한 식당 주인도 영화 제작진을 사칭한 사람에게 고가의 와인을 대신 구매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1천400만 원을 보냈다가 돈을 떼였습니다.

[피해 식당 주인 (지난 6월) : 강동원이 출연하는 촬영팀인데 마지막 촬영이라고 하면서 이제 감독하고 배우들이 밥을 먹겠다고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올해 들어 도내에서 발생한 이른바 '노쇼 사기'는 281건.

전화를 건 곳은 해외였지만 피해자 휴대전화에는 국내 휴대폰 번호가 찍혔습니다.

해외 발신 번호를 국내 번호로 조작하는 중계기를 사용한 겁니다.

노쇼 사기 사건의 전화번호를 추적하던 경찰이 중계기를 관리하던 20대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이 남성이 관리한 중계기 12대를 통해 전국적으로 30건, 모두 7억 8천만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유성민/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 2팀장 : 취급하지 않는 물품을 대신 구매해 달라는 것은 노쇼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인 만큼 단호히 거절하셔야 합니다.]

또 명함이나 공문 등 서류만 믿지 말고 해당 기관에 직접 연락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경찰은 중계기 관리책인 20대 남성을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중계기 관리를 지시한 상선과 공범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이진강 JTV, 디자인 : 원소정 JTV)

JTV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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