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3월 발생한 경북 지역 산불로 국내 최대 규모의 영덕 송이 산지가 절반 넘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소나무 재선충병까지 덮치며 농가들이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홍승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송이 산지가 온통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올해 심은 묘목도 울창한 숲도 모두 불에 타 멀쩡한 소나무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곳은 30년 넘게 송이가 나던 자리인데요.
지금은 나무줄기를 건드리기만 해도 이렇게 재가 묻어 나오고, 바닥에 있는 흙도 전부 까맣게 타버린 상태입니다.
경북도가 집계한 영덕군 송이 산불 피해 면적은 축구장 6천300여 개.
영덕군 전체 송이 재배 지역의 60%가 넘습니다.
[신두기/송이버섯 채취 농민 : 올해 송이라는 건 생각도 못합니다. 나무가 있어야 하지 뭐. 이제 뭐 투자할 힘도 없고 능력도 안 되고 빚내서 하려니 30년 기다릴 수도 없고 그렇습니다. 막막합니다.]
화마를 피한 송이 생산지를 가 보니 대부분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소나무를 말려 죽이는 재선충병에 감염된 겁니다.
[김충환/송이버섯 채취 농민 : 지금은 예전처럼 송이가 많이 안 나요. 산불(복구 작업) 때문에 재선충 작업도 못 하고 이러니까.]
영덕에서 소나무 재선충에 감염된 나무는 지난 2022년 이후 1년 만에 10배 넘게 늘어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포항과 경주에서 지난 2021년 전후로 재선충병 피해가 커질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정규원/산림기술사 (농학박사) : 피해목을 처리하는 것들을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거나 고사목 전량을 제거하지 못했다거나….]
산불과 재선충병으로 송이 생산이 급감할 것으로 보이자 경북도는 대체 작물 조성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지원은 1인당 최대 1억 원에 그칩니다.
[신두기/송이버섯 채취 농민 : (죽은) 나무 베어내는데 ha당 3천만 원입니다. 돈 1억 원 가지고 무슨 해결을 합니까.]
임산물인 송이는 재해보험 대상에서도 빠져 있어서 초토화된 송이 농가가 복구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