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강 작가는 시상식에 앞서 스웨덴 한림원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회고하는 강연을 우리말로 했습니다. 세상에 대한 작가의 사랑과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보도에 조성현 기자입니다.
<기자>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한강 작가는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글쓰기의 오랜 동력이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특히 신군부의 학살과 총상자에게 피를 나눠주던 시민들이 공존하던 1980년 광주는 이런 고민을 더 치열하게 만들었고,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쓰게 된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자를 구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자신의 소설들이 결국 '인간의 사랑'을 향해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움이었던 것은 아닐까?]
강연은 소설을 통해 자신과 연결된 독자들에 대한 감사로 마무리됐고, 객석에선 박수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카를 오케슨/한강 강연 참석자 : 스웨덴어로 번역된 한강의 소설을 읽었습니다. 저자의 목소리를 듣고 실제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비상계엄으로 한국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시기에 큰 위로를 받았다는 교민들의 고백도 이어졌습니다.
[정영미/한강 강연 참석자 :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 과거로부터 우리가 어떻게 치유 받고 또 어떻게 이겨 나가야 될지에 대해서 굉장히 치열하게 고민했던 분으로서 그런 얘기를 나눠주시니까, 그 부분이 저희한테 또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쓰겠다고, 더이상 과거의 책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 나아가겠다고 다짐한 한강 작가.
실처럼 자신과 독자를 엮는 언어의 힘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강/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영상취재 : 김시내, 영상편집 : 조무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