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계엄 사태로 우리 금융시장이 어제(4일) 요동쳤습니다. 장기적으로도 영향이 이어질까요?
<기자>
네. 일단 어제 상황을 보면, 계엄 사태가 두 시간여 만에 일단락되면서 우리 금융, 외환시장은 어제 아침에 정상 개장했고요.
위기로 치닫는 모습은 일단 피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첫 번째로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이 영향받을 일은 없다고 밝힌 국제 신용평가사 S&P 임원의 말처럼 비상계엄이 국회를 거쳐서 바로 해제되면서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시스템이 탄탄하다는 점 자체는 보여준 게 가장 중요하고요.
두 번째로는 정부와 금융통화당국이 유동성을, 돈을 무제한 공급해서라도 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 안심시키면서 변동 폭을 좀 줄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계엄 선포 직후에 1달러당 1천442원을 줘야 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차츰 진정되면서 달러당 1천418원으로 아침에 장을 열었고요.
등락을 반복하다가 오후 종가 기준으로는 1천410원까지 하락했습니다.
2% 가까이 떨어지면서 출발한 코스피와 코스닥도 장중에 1, 2% 안팎에서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코스피는 낙폭을 줄이면서 1.44% 하락으로 마감했고요.
코스닥도 2% 안쪽의 하락 폭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4천10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긴 했지만, 규모만 놓고 보면 최근에 한국증시를 팔고 나가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입니다.
개인투자자들과 우리나라 기관들, 금융사들은 순매수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우리나라 분위기가 불안하게 느껴질수록 더 올라가게 마련인 한국 국고채 금리, 우리나라의 시장금리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계엄령이 내려진 직후에 거의 순간적인 폭락세를 보였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비트코인을 비롯한 거래 상위 코인들도 바로 상승 전환했습니다.
<앵커>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걱정이 크다는 전망도 있던데요, 이거는 왜 그런 거죠?
<기자>
네, 진짜 문제는요.
우리 경제의 저성장 불안에 대응하려는 정책적인 노력이 진전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는 겁니다.
[박상현/아이엠증권 전문위원 : 경기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거고, 특히 이제 연말 소비 (특수) 같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을 수 있어서, 4분기·1분기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상현/아이엠증권 전문위원 : (어제 금융시장) 조정폭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반등할 수 있는 재료가 없다…투자 매력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외국인 자금이 다시 돌아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좀 보고 있습니다.]
친절한 경제에서도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드려왔는데요.
내각 총사퇴 같은 방안들이 거론되는 정국에서 내수 진작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어제 내놓으려던 소상공인 지원 대책 발표도 취소됐습니다.
대외 무역환경도 우리에게 유리하지가 않은 상황입니다.
미·중 갈등이 계속 첨예해지고 있고요.
"한국이 미국에서 돈을 참 많이 벌어간다" 여러 번 언급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차기 정부가 우리가 미국에서 거두는 흑자 관련해서 어떤 압박을 해올지 대응책을 다각도로 고민해서 다듬고 있어야 할 시점인데, 그런 진전이 어려운 비상 정국이 됐습니다.
게다가 대내외 민간 투자자들이 볼 때도요, 당장 한밤중에 무장 공수부대가 국회에 헬기로 투입되는 모습이 전 세계에 긴급 뉴스로 전해져서 함께 봤고요.
세계 각국 정부들이 우리나라에 거주하거나 방문 계획이 있는 자국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빠르게 안정을 찾는다고 해도, 대외 신인도에 일정 이상의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하고요.
그렇지 않아도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한국인 투자자들까지 기록적인 규모로 떠나는 상황이었던 우리 증시의 추세적인 하락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역시 원화 약세가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진행될 경우도 대비해야 합니다.
<앵커>
어제 마침 한국은행 총재가 외신과의 인터뷰를 했던데, 이 내용도 전해주시죠.
<기자>
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이 정상 작동하고 있다, 정부와 통화 당국이 공조가 잘 됐다, 이렇게 외부에서의 시선에 외부의 우려를 달래는 발언들을 내놨습니다.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일도 없다.
경기 전망을 변경할 이유가 없으니까, 라고도 얘기했습니다.
어제 우리 금융시장이 혼란을 피할 수 있었던 바로 그 이유가 앞으로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한국의 시스템은 이제 굳건하고, 우리는 늘 각종 위기를 결국 돌파해 온 국민이다.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성이 좀 더 이어지더라도, 우리가 이 사실을 나라 안팎에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