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경쟁하는 국제대회가 열렸습니다. 로봇 기술을 활용해서 자신의 힘으로 자전거를 탄 건데, 한국 연구팀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남주현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3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뒤,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임훈섭 씨.
동료의 도움으로 특수 자전거 페달을 서서히 돌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근력으로 힘껏 페달을 밟습니다.
검은 레깅스 안에는 '전기 자극 패드'가 들어 있습니다.
이 장치가 다리 근육을 자극하면 다리가 스스로 움직이게 되는 겁니다.
전동 모터 같은 건 따로 없습니다.
[임훈섭/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연구원 : (병원에서도) 이 자극 패드를 가지고 재활해요. 근데 이 패드를 갖고 이렇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게 좀 놀라웠죠.]
대학 연구팀 소속인 임훈섭 씨는 지난 26일에 열린 '2024 사이배슬론'이라는 국제대회의 재활로봇자전거 종목에서 우승했습니다.
대회는 4년마다 열리는데, 올해 자전거 종목에는 한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7개국에서 10팀이 참여했습니다.
경기는 대면 또는 비대면으로 실내에서 진행됐고, 임 씨는 1.96km를 6분 2초 만에 달렸습니다.
다른 팀 자전거와 달리 움직이는 안장 등 로봇 기술이 녹아들었고,
[경기 중계 해설자 : 다른 선수들은 각기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 같네요. 임훈섭 선수는 상체를 곧게 세우고 앉아 있고, 자전거 안장이 움직입니다.]
4개월 넘게 집중적으로 자전거를 타면서 쌓은 각종 데이터를 AI가 분석해서 전기 자극 방식에 접목했습니다.
[신동준/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 여러 부위 가운데 어떤 부위를 잘 자극하면 최적의 효과가 나오는지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학습을 돌리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특수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뒤로 임 씨 허벅지의 근육량이 늘어났습니다.
[임훈섭/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연구원 : 한 8cm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허벅지) 둘레로.]
연구팀은 장래 재활이 필요한 장애인이나 환자는 물론 근육이 부족한 노인들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걸로 보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최은진, 화면 출처 : ETH 취리히·사이배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