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59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29일)로 2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책임 있는 이들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여러 조사도 진행이 됐지만 가족을 잃은 외국인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알고 싶은 것들을 듣지 못해서 여전히 답답하다고 말합니다.
박서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던 호주인 그레이스 라쉐드 씨는 24번째 생일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가 참사를 당했습니다.
호주에 있던 엄마는 딸이 언제,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알고 싶었지만 한국 정부의 연락은 없었고 어디에 물어야 할지조차 몰랐습니다.
[조앤 라쉐드/고 그레이스 라쉐드 어머니 : 호주에서는 관련 뉴스가 충분히 보도되지 않습니다. 참사 조사에 대한 기사를 온라인으로만 찾아봐야 했습니다.]
딸의 시신 인도 이후 2년 만에 다시 한국에 온 유가족은 이제라도 진상을 알고 싶다며 특별조사위에 진상규명 조사 신청을 했습니다.
도시공학을 공부하러 한국에 왔다 숨진 이란 알리 파나칸드 씨 유가족도 여러 차례 한국 대사관에 진상을 물었지만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이란인 희생자 5명의 유가족들과 한국 정부 사이에 온라인 연락망을 만들자는 제안도 거절당했습니다.
[마나즈 파라칸드/고 알리 파라칸드 고모 : (답이 없다면) 한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했더니, 당신들이 그렇게 하게 되면 이란 정부와 척을 지는 것이라고.]
타국에 남겨진 유품 정리와 심리치료 등은 모두 알아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태원참사 희생자 159명 중 외국인은 26명.
외국인 유족에 대한 대응이나 지원 방침이 없다 보니 행안부와 외교부, 대사관, 어디에서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조인영/변호사 (민변 10.29 이태원 참사 TF) : 매뉴얼이 전혀 없었던 거죠.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내가 어떤 지원을 받고, 어떤 궁금한 게 있을 때 어디에다 문의할지 사실 전혀 알기가 어려우신 상황이죠.]
미국은 9.11 참사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배상이나 보상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홈페이지를 운영 중이고, 숨겨진 피해자들을 찾기 위한 새 법안도 지난해 마련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임동국·윤 형, 영상편집 : 윤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