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15조 원의 적자를 냈을 때도, 이렇게 사과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내년에 괜찮을 거라는 전망이 있고, 인공지능 반도체를 선도하는 미국 엔비디아도 요즘 분위기가 좋은데, 삼성에만 겨울이 오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 배경을 김지성 기자가 짚어 봤습니다.
<기자>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과 메시지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4차례나 사용했습니다.
'초격차 유지'나 '수성'이 아닌 '도전 정신'을, 단기적 해결책보다 근원적 경쟁력 복원을 강조했습니다.
우선 수익성 높은 고대역폭 메모리, HBM 분야에서의 열세를 인정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M 생산효율이 경쟁사보다 8배 이상 높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이 단기간 내 추격하기 어렵겠다는 인식도 퍼졌습니다.
반도체 위탁생산,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파운드리 분야 분사엔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세계 1위 타이완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50%포인트 이상으로 더 벌어졌고, 3분기에도 파운드리 분야에서 1조 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시장에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등 내년에도 전반적인 반도체 업황은 호조를 띠겠지만, 삼성전자의 부진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노근창/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직전 2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순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반도체의 겨울이 아니라 삼성전자의 겨울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5세대 HBM이 엔비디아에 납품되더라도 이미 늦은 만큼 6세대 HBM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그 시기는 2026년 이후입니다.
갤럭시 폴드와 플립 등 스마트폰 신제품의 판매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위기는 전방위적입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한때 또다시 5만 원대로 밀렸다가 가까스로 6만 원을 지켜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21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유미라, 디자인 : 김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