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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응급실 10곳서 퇴짜…"뺑뺑이 직접 겪으니 울분"

<앵커>

의료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서, 추석 연휴에 응급실 진료가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지난 밤사이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취재해 봤습니다. 10곳에서 전화로 거절당한 뒤에 겨우 왔다는 환자도 있었고, 갑자기 앞이 잘 안 보여서 응급실에 왔는데 진료받지 못했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소환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어젯(15일)밤 9시쯤,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20대 A 씨는 샤워하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상태였습니다.

구급차를 불러 타고 받아줄 응급실을 수소문했는데, 다친 부위가 붓는 데다 뇌전증 증세까지 보이는데도 10곳에서 퇴짜를 맞았습니다.

겨우 도착한 이곳에서도 진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환자 보호자 A 씨 : (구급대원이) 열 군데 정도 여기저기 통화하셨는데 다 병원마다 다 안 된대요. 기존에 다니던 병원인데, 여기 와서도 조금 오래 기다려야 한대요.]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고 있는 70대 노모가 갑자기 피를 토해 급히 요양원에서 이곳 응급실로 모시고 온 이 여성은 5분 만에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각혈의 원인을 밝혀줄 여러 검사를 받으러 왔지만, 지금 당장은 별로 해 줄 게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합니다.

[환자 보호자 B 씨 : 기본 검사밖에 피검사밖에 못 해준다고 하니까 그럴 거면 의미가 없으니까 그냥 나온 거예요.]

눈에 이상이 생겨 갑자기 앞이 안 보인다는 40대 남성.

역시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에 다른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밤새 응급실 문은 열려 있지만,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부족하고, 배후 진료 상황이 여의치 않은 탓인지 진료받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환자나 보호자들은 말로만 듣던 '응급실 위기'가 이런 게 아니겠느냐며 낭패감을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환자 보호자 A 씨 : (응급실 뺑뺑이를) 내가 겪으니까요. 울분도 토해지고 막. 그랬다가 막 자포자기했다가 막 별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통상 명절 연휴에는 평상시보다 119 구급신고가 2배 정도 느는데, 동네 병·의원이 문을 닫는 저녁 이후에 더 몰리곤 합니다.

오늘 밤부터, 이번 연휴 기간 중 문 여는 병원의 수가 1천700여 곳으로 가장 적은 내일 추석 당일까지가 특히 걱정입니다.

[구급대원 : (진료 불가란 통보는) 저희가 이제 만성이 돼서 감각이 없어요.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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