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18년 기상 관측 사상 두 번째로 긴 열대야 기록입니다. 이 혹독한 열대야 때문에 취약계층은 더 힘든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신용일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쪽방촌 앞 도로.
밤이 깊어 가지만 쪽방촌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길가에 앉아 있습니다.
더위를 피해 집 밖으로 나온 겁니다.
[쪽방촌 주민 : 방에 있으면 더 더워요. 더워서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땀이 엄청나요. 밤에 잠을 하나도 못 자요.]
밤 10시인데 이곳 온도는 30도를 넘겼습니다.
쪽방촌 입구로 들어서기만 해도 후끈한 열기와 습기가 느껴집니다.
실내는 얼마나 더운지 들어가 봤습니다.
3.3제곱미터 남짓한 공간을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해 보니, 방 안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겼습니다.
선풍기 2대가 있지만 더운 바람만 나와 차라리 밖에 있는 게 더 낫다고 주민은 말합니다.
[쪽방촌 주민 : (더운) 공기가 돌기 때문에, 지금도 금방 땀나잖아요. (그래서) 바깥에서 누워 자는 거야.]
열대야가 괴로운 건 서울역 노숙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쉼 없이 부채질을 해보지만 더위를 내쫓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노숙인 : 날씨가 더우니까 자다 일어나고 자다 일어나고…. 아프리카 같아요.]
평소에는 지하도에서 잠을 자지만 밤새 계속되는 무더위에 지하철에서 나오는 열기까지 쌓이면서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많은 노숙인들은 서울역 광장 한구석에서 밤을 보냅니다.
[노숙인 : 여기가 나아요 지하보다. 지하도는 바람도 안 들어오고.]
올해 전국 온열질환자가 2천500명을 넘어서는 가운데 이 중 10%는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 사이 밤 시간대에 발생했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무더위에 취약계층에게는 어느 해보다 힘겨운 여름이 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VJ : 김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