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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선 내장서 살코기보다 과불화화합물 10배 검출"

<앵커>

포장 용기나 화장품에 과불화화합물이라는 물질이 많이 쓰입니다. 종류가 4천 개가 넘는데 그 가운데 일부는 발암 물질로 규정돼 있습니다. 저희가 얼마 전 국내 산모들의 모유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됐다고 전해 드렸었는데, 우리가 자주 먹는 수산물은 어떤지도 살펴봤습니다.

장세만 환경 전문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한 재래시장의 생선 코너.

여기 있는 수십 종의 수산물들이 매일같이 소비자 식탁에 오릅니다.

이런 수산물을 실험실로 가져다 잘게 다진 뒤 화학반응 과정을 거치면 과불화화합물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식약처가 국내 수산물 44종을 조사했더니, 꼬막과 액젓 2가지를 뺀 나머지 모두에서 과불화화합물의 일종인 '과불화옥탄산'이 검출됐습니다.

갈치, 삼치, 멍게, 미꾸라지 등은 샘플 시료 140건 모두에서 나왔습니다.

44종 전체의 평균 오염도는 1그램당 0.56나노그램인데, 바닷가재는 평균의 17배, 멍게는 9배였습니다.

[강상욱/상명대 화학에너지공학과 교수 :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중금속과 비슷하게 과불화 물질도 농도가 갈수록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불화옥탄산의 국내 안전기준은 체중 60kg의 경우 1주간 1천200나노그램까지 허용되지만, 4천 종이 넘는 다른 과불화 물질은 아직 노출량도 측정되지 않아 구멍이 큽니다.

같은 수산물이라도 부위별로 축적량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해외 연구에선 살코기 부위에 비해 아가미는 3배, 위와 장 등 소화관은 5배, 간은 10배나 높게 검출됐습니다.

[문효방/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 (과불화 물질이) 친화성이 높은 조직이 있는 곳에 높은 농도로 축적됩니다. 대표적인 곳이 간 그리고 신장 이런 것들은 단백질이 많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굉장히 높은 농도를 보일 수밖에 없죠.]

식약처는 지난 2022년 통합위해성 평가 조사에서 '소비자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지만, 올 들어 미국과 유럽이 과불화화합물 규제를 대폭 강화한 만큼 위해도 재평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원형희,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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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장세만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조리법 따라 노출 달라지나?

[장세만 기자 : 수산물 조리법에 따라서 과불화화합물 노출을 줄일 수 있는지 사실 여러 연구들이 이루어졌습니다. 종합해 보면 생선을 구워 드실 때 노출이 가장 큰 반면, 물에 끓이거나 기름에 튀길 때 노출량이 줄어드는 걸로 요약됩니다. 다만 과불화화합물이라는 건 탄소와 불소성분이 아주 강력하게 결합해서 만든 물질이기 때문에 열에 대단히 강하고요. 그 때문에 끓이거나 튀긴다고 해서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이 물질이 국물이나 혹은 기름으로 옮겨가면서 생선 속의 농도가 떨어진다는 그런 원리라는 겁니다.]

Q. 2022년 식약처 연구 결과는?

[장세만 기자 : 저희가 취재하면서 여러 전문가들에게 이 식약처의 평가, 믿을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부족하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보면 수산물 검사 시료 숫자만 해도 유럽에서는 3천100종이 넘는 반면에 우리는 800종에 불과했고요. 측정 방식도 문제가 좀 있습니다. 가식 부위라고 해서 살코기 부위만 떼어내서 검사하는 건데요. 이렇다 보니까 내장류를 즐겨 먹는 우리 식습관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조사라는 겁니다.]

Q. 해외 안전기준과 비교하면?

[장세만 기자 : 세계적으로 보면 국내 안전 기준이 그렇게 뒤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게 또 있습니다. 과불화화합물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많이 이루어지면서 미국과 유럽이 기준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미국의 먹는 물, 식수 기준인데요. 다음 달부터 우리나라보다 무려 18배나 높은 기준을 적용해서 사실상  과불화화합물이 전혀 검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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