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목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사과, 배, 초콜릿에 이어서 값이 치솟은 식료품이 또 나왔다고요? 이번에는 오렌지주스네요.
<기자>
최근에 가격이 이상 급등세를 나타내는 식품 대열에 오렌지주스도 합류했습니다.
농축 오렌지주스 가격 뉴욕 선물거래소에서 우리 시간으로 어제(29일) 새벽에 파운드당 4.95달러까지 찍었습니다.
역대 최고치입니다.
최근 1년 사이에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수직 상승세를 그리면서 지금 가격이 1년 전보다 80% 넘게 올라 있습니다.
전 세계 오렌지의 3분의 1은 브라질에서 생산되고요.
특히 오렌지주스는 전 세계 70% 안팎을 브라질산으로 만듭니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오렌지주스 상품들도 대체로 스페인산 오렌지 아니면 브라질산 오렌지 농축액을 쓰거나 두 가지를 섞어 씁니다.
그런데 미국 남부 지역과 브라질에 지난 2022년 말부터 이상 한파 같은 기후 문제가 발생했고요.
최근에는 오렌지 전염병까지 돌면서 농축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게 된 겁니다.
보통 오렌지주스는 1년 정도는 오렌지 수확이 좋지 않아도 그전에 냉동시켜 둔 농축액이랑 섞어서 맛과 가격을 유지하는데요.
최근에는 3년 연속해서 오렌지 공급이 줄었기 때문에 재고가 소진되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이게 가격이 잠시 오른 거면 그나마 괜찮은데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거겠죠.
<기자>
세계 오렌지주스 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지 모를 정도의 위기라고 국제과채주스협회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얘기했습니다.
오렌지주스에 오렌지하면 떠올리는 그 품종이 아니라 다른 비슷한 품종을 섞어 만드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서 사실 이미 미국 플로리다 지역의 오렌지 수확량이 20년에 걸쳐서 줄어왔고요.
브라질은 올해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24%나 줄어들면서 36년 만에 가장 적은 생산량을 기록할 걸로 전망됩니다.
우리가 아는 그 오렌지를 예전처럼 구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우리가 요즘 사과에 대해서 하고 있는 얘기와 비슷합니다.
점점 더 한국이 아열대 기후처럼 되어가면서 과거 우리나라 같은 기후에서 가장 잘 자라던 사과 키우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죠.
이런 비슷한 현상이 지구 반대편에서는 오렌지에 대해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병충해에 좀 더 강한 오렌지와 비슷한 품종 우리나라 귤과 비슷한 품종을 섞어 만들어도 오렌지주스라고 부를 수 있게 하자, 유엔의 현재 식품 코드 같은 관련 규정들을 개정하도록 건의하는 안까지 국제과채주스협회는 검토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소비하는 오렌지주스의 90%를 대부분 브라질산으로 수입해 온 일본에서는 이미 엔화 약세까지 가세하면서 오렌지주스 수입 비용이 너무 올라서 일본산 감귤을 섞은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상기후 때문에 참 여러 가지로 걱정입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다른 농작물은 요즘 좀 어떤가요?
<기자>
세계적으로 주요 농산물 가격들이 상승세를 타면서 9가지 주요 농산물 가격을 따라가는 블룸버그 농업 지수, 연중 최고치까지 지금 올라섰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5월에 이상한파와 가뭄이 닥치면서 밀 작물이 피해를 입고 밀가루 가격이 오르고 있고요.
올리브유 가격은 스페인의 극심한 가뭄 때문에 1년 전보다 45% 가까이 가격이 올라 있습니다.
그리고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커피에 주로 쓰이는 원두가 베트남에서 많이 나오는데요.
베트남도 요즘 날씨가 들쭉날쭉해서 올해만 이 원두 가격이 40% 가까이 뛰었습니다.
그야말로 기후로 인한 식량 위기 가능성을 상기시키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으로 역대 가장 더웠던 달의 기록을 단 한 달도 빼놓지 않고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이 역대 가장 더웠던 4월로 기록됐습니다.
문자 그대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상한파나 폭염, 또는 극심한 가뭄과 홍수 같은 것들이 빈번하게 나타나고요.
이렇게 각종 농작물에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농산물 수급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