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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고발" '불량 한약재' 내부고발 그 후…돌아온 건 '징역'

<김보미 기자>

2년 전 저는 한약재 공급업체에서 일한다는 사람으로부터 만나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자신이 속한 업체가 저지르고 있는 불법 행위를 고발하겠다고 했습니다.

[전 한약재 공급업체 직원/공익신고자 (지난 2022년) : 5대 5 비율로 예를 들어서 500kg이 나가면 250kg, 250kg (국산과 중국산을) 섞는단 말이에요.]

실제로 그가 찍은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MADE IN CHINA'라고 쓰인 포대에서 한약재를 쏟아낸 뒤,

[빨리 부어!]

국산 약재와 마구 뒤섞습니다.

일부 중국산 약재에선 죽은 쥐와 담배꽁초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취재팀은 농림부 특별사법경찰에도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내부고발자는 원산지 둔갑 약재가 납품되는 현장을 지목해가며 수사를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취재 당시 업체는 불법 행위는 일절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수사 결과 원산지를 속인 약재는 밝혀진 것만도 169톤, 22억 원어치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약재들은 100여 개 제조업체에 납품됐습니다.

당시 내부고발자를 2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공익 제보를 하자마자 바로 해고됐다고 합니다.

게다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도 받아야 했습니다.

[전 한약재 공급업체 직원/공익신고자 : '제가 왜 피의자가 됐습니까?' 했더니 '직급이 차장이라서 그렇게 됐습니다.' 그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법원은 업체 대표 등에게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 등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그나마 그는 공익 제보가 고려돼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형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전 한약재 공급업체 직원/공익신고자 : 계속 불편했으니까 마음이. 속였잖아요 누군가를. 매일 매일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이건 아닌데….' 결국은 내부고발을 하게 된 거죠. 정의의 사도가 된다거나 슈퍼히어로가 된다거나 그럴 생각은 없었고. 딱 여기서 멈춰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말도 안되는 일을.]

하지만, 지난달 눈앞이 캄캄해지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검찰이 항소하면서 이 제보자 역시 '내부비리 고발'을 했다고 해서 형이 가볍게 내려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항소 대상에 넣은 겁니다.

[전 한약재 공급업체 직원/공익신고자 : 법원에서 우편물이 왔을 때 판결 확정문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라 항소이유서가…. 진짜 위험을 감수해가면서 내부 고발을 했는데, 내가 잘못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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