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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만 원 두고 홀연히…24년째 온 '얼굴 없는 천사'

<앵커>

전북 전주의 한 마을에는 연말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을 놓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옵니다. 20년 넘게 계속된 기부는 올해도 이어졌는데요.

성금이 도착한 순간을 최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늘(27일) 오전, 주민센터 직원에게 발신자 번호를 가린 전화가 걸려옵니다.

[이레 교회 표지판 뒤요? 예, 알겠습니다.]

내용을 전달받은 직원들이 다급하게 움직입니다.

[세 분이 갔다 와. 일단은 가서 사진 한 번 찍고.]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이 도착한 겁니다.

300m 떨어진 교회로 걸어가니 표지판 뒤에 붉은색 상자가 보입니다.

안에는 5만 원권 돈다발과 동전을 채운 돼지 저금통이 들어 있습니다.

모두 8천6만 3천980원입니다.

전북 전주의 한 마을, 24년째 기부하는 얼굴 없는 천사의 메시지

쪽지에는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다"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고 적혀 있습니다.

천사의 선행은 지난 2000년 4월, 58만 4천 원이 든 돼지 저금통으로 시작됐습니다.

매년 얼굴 없는 선행이 이어졌고 24년째인 올해까지 기부금은 모두 9억 6천여만 원에 달합니다.

어려운 이웃들이 쓸 연료와 쌀을 사거나 학비가 부족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데 쓰였습니다.

도움을 받은 가구는 6천500세대가 넘습니다.

주민들은 천사가 누군지 궁금해하면서도 애써 찾아내지 않습니다.

[송해인/전북 전주시 노송동장 : (그분의) 어머니가 처음 시작했대요. '남을 도울 때는 보이지 않게 도와라' 주민들이 '그분의 마음을 존중해 주자…'.]

4년 전에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천여만 원이 도난당했다가 경찰 수사로 되찾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제보를 한 시민은 포상금 200만 원 전부를 익명으로 다시 주민센터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길순/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 : 일반 사람은 상상도 못 할 돈이고. (저도) 항상 마음뿐이지 실천은 어렵더라고요.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울 뿐이에요.]

노송동 주민들은 매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김종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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