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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버는 돈 모두 빚 갚아" 171만 명…'영끌족' 사상 최대

<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 대출을 받았다는 '영끌', 통계가 나왔네요.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대출받은 사람이 450만 명 정도 된다고요?

<기자>

일단 우리나라에 가계빚이 있는 사람 전부, 이거는 다해서 1천978만 명 정도입니다.

한 명당 평균 9천332만 원 정도의 빚이 있는 걸로 나오는데요.

이 중에서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동시에 빚을 지고 있는 사람, 한 마디로 낼 수 있는 빚은 다 끌어모아서 내고 있는 '영끌' 상태라 할 만한 다중채무자가 448만 명에 이르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가계대출자 중에서 22.6%, 그러니까 다섯 명 중 한 명이 훌쩍 넘는 거죠.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지고 있으면 추가로 빚을 더 내긴 사실상 힘들다고 봐야 합니다.

한계까지 빌린 상태고요. 여차 할 경우에 흔히 말하는 돌려 막기도 어렵습니다.

이렇게 이른바 '영끌족'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1분기보다도 2만 명 더 늘면서 관련 통계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지난 2분기말 시점의 가계대출 현황인데요.

'영끌족' 빚의 규모는 물론 일반적인 가계대출자들보다 컸습니다. 한 명당 1억 2천800만 원 정도, 평균이 이렇습니다.

<앵커>

지금같이 금리가 높으면 언제 어떻게 다 갚아야 할 지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이 다중채무자들, 영끌족들은 연간 벌고 있는 돈에서 평균적으로 61.5%를 원금과 이자를 갚는 데 쓰고 있었습니다.

100만 원을 벌면 61만 5천 원이 빚 갚는 데 쓰고 있다는 겁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영끌족으로서의 상태를 청산하려고 노력하는 움직임도 눈에 띄기는 합니다.

다중채무자 수는 역대 최대지만요, 한 명당 대출액은 올 초 1분기보다 평균 113만 원씩 줄었습니다.

소득 대비 빚 갚는 부담 DSR도 0.5% 포인트 낮아지긴 했습니다.

100만 원 벌어서 62만 원은 빚을 갚다가, 5천 원 정도는 줄인 셈이죠.

하지만 3개월 만에 일어난 변화니까, 별로 크지 않은 변화 같아도 의미가 있습니다.

열심히 갚아서 빚을 줄이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전보다 금리가 뚜렷하게 올라있는 상황에서 영끌족 수 자체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건요.

물론 자산 증식을 위해서 선택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한계까지 돈을 빌리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부채 취약층이 최근에 늘고 있다는 분위기로도 읽힙니다.

실제로 이른바 저소득 영끌족 소득 하위 30%거나 신용이 낮은 편이면서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지고 있는 사람들이 전체 가계대출자 중에서 지금 6.4%나 되고요.

2020년 4분기 이후로 가장 그 비중이 커졌습니다.

<앵커>

더 걱정되는 통계도 있네요. 버는 돈이 전부 빚 갚는 데 나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요?

<기자>

버는 돈이 모두, 그러니까 100만 원을 벌면 100만 원 모두 빚 갚는 데 쓰고 있는 사람도 전체 가계대출자 중에 8.6%, 171만 명이나 됩니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기 직전이었던 2021년 상반기만 해도 159만 명 정도였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계속 증가 추세입니다.

그나마 지난해 말에 최고점 177만 명을 찍고요.

올해는 약간 감소하는 추세긴 하지만 지금의 금리 수준이 이어질 걸로 보이는 만큼 긴장을 늦출 수가 없는 숫자입니다.

100만 원을 벌면 70만 원 이상 빚 갚는 데 나가는 그야말로 최소생계비 외엔 빚만 갚는 수준인 DSR 70에서 100% 사이인 경우까지 합치면요, 295만 명, 전체 가계대출자의 14.9%나 됩니다.

이런 분위기에 연체율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다중채무자 '영끌족'들의 연체율은 1.4%로,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아진 상태고요.

사실 가계대출 규모가 엄청나고, 영끌족이 이렇게 많은 거 비해서 우리나라의 대출 현황은 아직은 건전한 편이긴 하지만요.

지난 10년 동안 연체율이 꾸준히 낮아져 오긴 했지만, 1년 전부터 연체율이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게 보시는 것처럼 문제입니다.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앞으로도 이자 부담이 상당한 기간이 이어질 걸로 보입니다.

되도록 신규 대출에 신중하고 고통스럽더라도 빚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여놓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전체 경제의 소비 부진, 돈이 잘 돌지 않는 분위기도 한동안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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