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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50년 만에 나타나서 "아들 사망보험금 다 내 거"…또 이겼다

두살 배기 아들을 놓고 집을 떠난 뒤,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친모가, 54년 만에 나타났습니다.

아들이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사망하자 갑자기 보험금을 받겠다며 뻔뻔하게 등장한 겁니다.

친모는 이 보험금을 놓고, 친딸이자, 사망한 남성의 누나와 법정 다툼을 벌여왔습니다.

어제(31일)는 2심 선고가 있었는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요.

지난 2021년 1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난 어선 침몰 사고입니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고 김종안 씨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사고 13일 뒤, 갑자기 80대 친모가 54년 만에 나타났습니다.

고인이 2살이던 시절 집을 나가서 연락이 완전히 끊겼던 친모였는데, 고 김종안 씨의 사망보험금으로 2억 3천만 원이 나왔는데, 이걸 받겠다고 한 겁니다.

고 김종안씨는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았고, 자녀도 없었습니다.

때문에 김 씨의 보험금은, 상속 규정상 2순위 자격자인 친모에게 돌아가게 돼 있었습니다.

그러자, 김 씨의 친누나인 김종선 씨가 나섰습니다.

친모가 가출해서 새 가정을 꾸리고, 50년이 넘도록 양육을 전혀 하지 않았고, 왕래조차 없었기 때문에 동생의 사망 보험금을 받을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전이 시작된 건데요.

앞서 지난해 12월 1심 법원은, 친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50년 만에 나타났더라도 상속 1순위는 부모가 맞다는 판결을 내리는 겁니다.

항소도 했지만, 2심 법원 역시 친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김종선/고 김종안 씨 누나 (지난 6월) : 친오빠가 1999년 41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 경찰서에서 생모에게 연락했지만 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본인의 자식이라면 와야 되잖아요? 그렇게 안 했습니다. 생모는 제가 전단지를 돌리고 있는 사이에 통장에 있던 1억이 넘는 현금과 동생이 살던 집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놓았습니다. 생모는 우리 동생이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우리를 보러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동생이 빚만 있다면 과연 왔을까요. 이 생모는 사람이 아닙니다. 짐승도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판결에 앞서 항소 법원이 사망 보험금의 40% 정도를 종선 씨와 나누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당시 친모는 이 중재안마저 거절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정말 분노가 치솟는 안타까운 사연이죠.

이런 일을 막겠다며 발의됐던 '구하라법'은 지금 3년째 국회에 머물고 있습니다.

양육을 소홀히 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어려운 데다, 또 상속을 둘러싼 다른 법적 분쟁이 많아질 소지도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요.

그런데 구하라법이 이미 통과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죠.

'공무원 구하라법'이 지난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생모가 32년 만에 나타났습니다.

이혼 뒤 딸들에게 한 번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 등, 양육의 의무를 지지 않았지만, 1억 원에 가까운 '유족 급여'를 타가는 겁니다.

[강화현/순직 소방관 언니 (지난 2020년) : 제발 그만 해 주세요. 저희처럼 가족을 잃고도 억울함까지 당하는 국민을 외면하는 대한민국, 이제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법을 해석하고, 유족들의 허망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셔야 됩니다. 국가가 국민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하는 일, 더 이상은 안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결국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공무원재해보상법 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공무원의 유족이 양육 책임이 있는데도 이행하지 않은 경우, 사망한 공무원의 연금이나 사망 보상금 등을 못 받게 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반쪽짜리 구하라법'이라고 불립니다.

개인 재산이 아닌 유족 급여에만 적용되는 데다 대상도 공무원으로 국한됐기 때문입니다.

변화하는 가족 형태와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하면, 지금이라도 구하라법이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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