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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 끼쳤다" 호소한 교사…학교는 "전화번호 바꿔라"

<앵커>

자신이 근무하던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가 학부모 민원에 대해 올해 8차례나 학교에 상담을 신청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차례 연락해 힘들다고 이야기 했는데도, 학교 측의 대응은 미흡했습니다.

손기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숨진 교사는 지난해부터 10차례 학교 관리자 상담을 요청했는데, 이 중 8건이 올해 1학기에 집중됐습니다.

학기 초 부장교사를 만나 '화내고 짜증 내고 막말하는 학생'에 대해 조언을 구했던 교사는 석 달 뒤, 이 학생이 학급에서 가장 지도하기 어려운 학생, 이른바 '금쪽이'가 됐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학생이 심리상담을 받지 않는 것 같은데, 학부모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 말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습니다.

4월의 세 차례 상담은 울고, 고집부리는 또 다른 학생 때문에 이뤄졌습니다.

교실 밖으로 달려나간 이 학생을 교감이 나가 데려온 일도 있었는데, 숨진 교사는 이후 이 학생과 학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며, "계속 들으니 본인 탓이라는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며, 강한 심리적 압박감을 토로했습니다.

반복되는 호소에도 학교의 체계적인 대응이나 교사 보호 조치는 사실상 없었습니다.

이달 중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연필로 이마를 긁힌 이른바 '연필 사건' 이후,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하는데도, 전화번호를 바꾸라고 권유하는 데 그쳤습니다.

학기 초 문제 학생 상담 직후 해당 학급엔 저학년 학습을 지원하는 인력이 지원된 게 전부입니다.

[장대진/서울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 : 전반적으로 기초학력 업무를 보조해주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지, 이렇게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의 옆에 달라붙어서 지원하는 전담 인력으로 쓰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교육부는 교사가 악성 민원을 직접 받지 않게 '민원 대응팀'을 만들기로 하고, 설치·운영 방식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CG : 문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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