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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단독] 대주 채권 헐값에 사들인 회사…재산 은닉처?

<앵커>

허재호 씨와 그 가족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저희가 취재를 하는 이유는 과거 대주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피해 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은 대주 측이 어딘가에 재산을 숨겨놨다고 주장하는데, 저희 취재 과정에서도 그런 정황들이 드러났습니다.

이 내용은 고정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주그룹은 사실상 허재호 1인 회사였습니다.

정부도 2015년 허 씨 체납액 압류 소송에서 이를 인정하며, 허 씨가 13개 건설 계열사를 하나의 회사처럼 통합회계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인이 다른데도 자금을 섞어서 활용했다는 것으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입니다.

허 씨도 녹취에서 횡령 의혹은 부인하면서도, 통합회계는 인정했습니다.

[허재호/전 대주그룹회장 <지난 1월 지인 통화> : 대주주택, 대주건설 그건 전부 다 현금을 통합으로 썼기 때문에… 회계를 통합회계를 했는데, 통합회계를 했는데.]

대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재산은닉처로 지목한 곳도 있습니다.

그룹이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던 2009년 9월 설립된 코너스톤홀딩스입니다.

대주 계열사들이 보유한 채권을 헐값에 사들이는 회사로, 이 회사 대표, 알고 보니 대주그룹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전 모 씨입니다.

코너스톤 채권 매입 자금 출처를 추적해 보니 대주그룹 계열사인 동양저축은행이 빌려준 50억 원이 나왔습니다.

대주그룹 계열사 등이 보유했던 808억 원 상당의 채권을 60억 원에 낙찰받은 것을 시작으로, 코너스톤이 보유한 대주 채권 액면가만 1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회수가 불가능해 보였던 대주 채권도 코너스톤이 매입하자 현금화되기 시작합니다.

고작 4천만 원에 사들인 채권으로 51억 원을 회수하는 등 대주 계열사가 가져가야 했던 세금 환급금, 상가, 부동산 등이 코너스톤 측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코너스톤이 대주 채권을 빠르게 확보해 현금화하면서 정작 대주그룹 소액 채권자들은 단 한 푼도 챙길 수 없었습니다.

[대주건설 전 하청업체 대표 : 돈이 없어서 저에게 공사대금을 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들 임의대로 이렇게 유령회사를 만들었는가, 채권을 정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경찰 조사에서 "코너스톤이 보유하던 14억 5천만 원이 황제노역이 불거졌던 2014년 허 씨 벌금 납부에 쓰였다"는 진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허 씨는 SBS 통화에서 코너스톤 설립 자금으로 15억 원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았을 뿐, 자신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허재호/전 대주그룹회장 : 나는 10원 하나 받은 사실이 없어요. (이 회사는 무슨 목적으로 설립됐던 회사인가요?) 설립한 사람한테 물어 보세요. 내가 설립 안 했으니까.]

코너스톤 설립자 전 씨도 허 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했습니다.

[전모 씨/코너스톤홀딩스 설립자 : ((코너스톤홀딩스가) 허재호 전 회장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서) 전혀 관련 없습니다. 저하고는 관련이 없습니다.]

국세청은 2014년 '코너스톤은 대주그룹이 지배하는 법인', '허 씨가 전 씨를 대표자로 내세운 법인'이라고 판단했지만, 검찰은 이듬해 허 씨 관련 의혹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고 사흘 뒤 허 씨는 뉴질랜드로 출국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오영택, VJ : 김준호, 그래픽 : 김한길·이재준·임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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