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리산을 떠나 중부지방까지 이동한 반달가슴곰 '오삼이'가 포획 작업 도중 마취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버스에 치여 큰 수술을 받고도 회복했는데, 이번에는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용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물속이 훤히 보일 만큼 청정한 경북 상주의 한 계곡.
그제(13일) 밤 이곳에서 반달곰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53번째로 지리산에 방사된 KM53, 일명 '오삼이'입니다.
[양두하/국립공원공단 남부보전센터장 : 물속에 엎어져 있는 개체를 발견하고 심폐소생술 조치를 했는데도….]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였는데, 마취총을 맞고 이동하다 물웅덩이에 빠져 10분 만에 폐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립공원공단은 올해만 3차례 양봉 농가에 피해를 준 데다 최근 또 민가 근처에 나타나 오삼이의 포획을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8년 전 인공 번식장에서 태어나 지리산에 방사된 오삼이는 2년 뒤 90km 떨어진 경북 수도산에서 발견됐습니다.
그 뒤 3차례나 포획되고, 버스에 부딪혀 수술까지 받기도 했지만 건강을 회복해 이듬해 수도산으로 돌아가 정착했습니다.
반달곰 오삼이는 지난 2021년 6월에는 짝짓기 철을 맞아 지리산으로 돌아와 한 달간 머물고 가 번식 성공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까지 2세 곰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삼이의 왕성한 이동과 먹이 활동이 번식을 위한 행동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상훈/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 좀 피해는 주더라도 나름대로 슬기롭게 살아왔거든요. 인위적으로 또 손을 대니까 사고가 생긴 거죠.]
환경부는 2년 전 오삼이가 정착한 가야산, 덕유산 일대에 반달곰 암수 한 쌍씩을 방사해 안정적 개체군을 조성하기로 로드맵까지 만들었지만, 실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반달곰 서식지는 점차 중부지방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민철, 영상편집 : 윤태호, 화면제공 : 국립공원공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