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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불명자' 46만 명…'수원 세 모녀' 되풀이 안 되려면

<앵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가 또 들여다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9년 전 숨진 송파의 세 모녀가 남긴 마지막 말입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에 쓰라며 70만 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요. 전기요금도 못 낼 만큼 어려웠는데도 신청을 해야만 혜택을 주는 정책으로는 그들을 살릴 수 없었습니다. 이 일이 있고 어려운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정책이 9년째 이어졌지만, 지난해 또다시 수원의 세 모녀가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존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이른바 '거주불명자'였기 때문인데, 조동찬 의학전문기자가 이 문제를 짚어봤습니다.

<기자>

일용직 노동자 50대 A 씨는 지난 2월 집에서 쓰러졌습니다.

동료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고, 병원 진단 결과 뇌출혈, 응급 뇌 수술을 받은 후 지금은 폐 치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오홍철/순천향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 여기다 이제 약을 뿌려서 폐를 바깥으로 붙여서 더 이상 기흉이나 새는 거 안 생기도록 (수술할 예정입니다.)]

구청은 A 씨 집 계약서에 있는 주민번호를 토대로 의료비를 긴급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A 씨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이원형/순천향대병원 원무과 : 구청에서도 의료비 지원이 됐으니까 환자 연락처로 문자를 보내드린 것 같아요. 그분께서 '나는 입원해 있지 않은데 어떻게 된 거냐?'(라고 하셨습니다.)]

의료비를 받은 것은 A 씨의 친동생, A 씨는 자신의 주민번호가 말소된 2006년부터 동생 이름으로 살았던, 이른바 '거주불명자'였습니다.

주민번호가 말소됐거나 주민등록상의 주소와 다른 곳에 사는 '거주불명자'는 2017년 조사에서 46만 명, 국민 100명당 1명꼴입니다.

빚 독촉에 시달리거나 홀로 사는 노인이 많았습니다.

문제는 거주불명자에게 전기료가 밀리고 건강보험료를 못 내는 등의 위험 신호가 나타나도 알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수원 세 모녀가 그랬습니다.

거주불명자를 벗어나야만 치료비라도 지원받을 수 있는데, A 씨처럼 아픈 상태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이원형/순천향대병원 원무과 : (주민센터) 담당자분이 오셔서 어떤 질문이나 뭐를 했을 때 대답할 수가 없었거든요. 말소된 주민등록을 살려줄 수 없다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복지의 가장 사각지대인 거주불명자 대책은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박지인, CG : 손승필·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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