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경매 넘어가면서 비극 시작됐다…"우리에게는 보금자리"

<앵커>

전세 사기를 당한 뒤 숨진 피해자들은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땀 흘려 모은 전세금이 하루아침에 증발할 처지에 놓이자 고통을 호소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찾은 피해자 집 앞에는 '당신들에게는 기회지만, 우리에게는 보금자리'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피해자들의 집을 노리는 경매 업체에 보내는 메시지였습니다.

안상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구독자 25만 명의 부동산 경매 전문 유튜버의 영상입니다.

투자하기 좋은 물건이라며, 한 건물을 소개합니다.

[보증금 총 합계액은 18억 6천200만 원입니다. 낙찰 후 모든 권리는 소멸하며 부동산만 깨끗하게 넘어오는 경매 물건이죠.]

영상 속 이 건물, 다름 아닌 전세 사기 피해 주택입니다.

건물이 통째로 전세 사기에 이용되다 보니 임차인 28명 대부분은 보증금을 떼였는데요, 하지만 이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 시작됐습니다.

경매 업체들은 수시로 찾아와 광고 영상을 촬영했고, 피해 세입자에게 집 상태가 괜찮은지 묻습니다.

[(건물에 뭐 큰 하자가 있거나 그런 건 없죠?) 그렇죠, 네.]

[전세 사기 피해자 : 화가 나죠. 피해를 보고 있는데, 거기서 장사를 하고 있으니까. 피해자들 놔두고 장사하는 거예요.]

주택이 낙찰되면 더 큰 문제에 직면합니다.

당장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해 갈 곳도 없습니다.

새로운 거처를 마련할 때까지만이라도 임대료를 내겠다고 하자, 낙찰자 측은 보증금 수백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돈을 내지 못하자 가스가 끊기거나 차량이 입구를 막는 일도 있었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 '합법적으로 경매 낙찰을 받았으니까 당신들은 나가야 된다' 이런 식으로 말하니 제가 불법이 된 거죠. (제게) 무슨 짓을 할지 항상 불안해요.]

경매 업체 측은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인지 알지 못했다"면서 피해 세입자가 5개월째 남아 있는 탓에 자신들도 손해를 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법원 경매로 넘어간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은 권리관계가 복잡해 유찰을 거듭하다 감정가의 절반 정도인 저가에 낙찰되는 상황, 일명 '꾼'들이 저가에 쓸어가고, 후순위 세입자는 더욱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낮아지는 악순환입니다.

(영상편집 : 최은진, VJ : 박현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