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청년층에게 닥친 타격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허리끈을 졸라맨 청년들이 절약하는 방법을 공유하며 서로 격려하는 채팅방까지 등장했는데요.
이 채팅방의 이름은 거지방이라고 합니다.
통장에 9천 원 남았는데 한 달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공원 화단에서 쑥을 캐서 먹으라는 슬픈 농담이 올라옵니다.
2천 500원 커피 한잔 사 먹었다고 하자, 사치라는 반응과 함께 그냥 물을 마시라고 합니다.
이모티콘 돈 주고 사지 말라며, 직접 그린 이모티콘 사진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커피 살 돈이 없어서 인력 사무소에서 커피 믹스를 3개 가져왔다는 채팅에는 칭찬이 이어집니다.
돈 버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안 쓰는 게 모으는 거라는 조언이 나오고, 쇼핑에 큰돈을 썼다는 반성의 글도 올라옵니다.
최근 청년층에 유행하는 채팅방인 이른바 거지방입니다.
검색해보니 수백 개에 달하고, 이미 인원이 꽉 차 들어갈 수 없는 곳도 많습니다.
자신의 지출 내역을 공유하며 충동구매를 견제하고 따끔한 질책도 주고받습니다.
닉네임 옆에 한 달 지출 금액을 보통 기록하는데, 액수가 가장 큰 사람은 자필 사과문을 올려야 하는 등 벌칙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 모 씨/30대 직장인 :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이제 생각보다 자신이 어떻게 절약을 하는지 꽤 체계적으로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고. 동기 부여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원래 점심 같은 것도 밖에 나가서 사 먹고 그러는데 이제 도시락 싸오고. (SNS에는) 오마카세라든지 골프라든지 그런 게 좀 많이 올라오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화려하게 사는데, 나만 못 그런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이제 거지방을 들어오니까 이제 좀 많이,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사는구나.]
한동안 SNS 등에는 소비를 과시하는 데 집중하는 이른바 플렉스 문화가 성행했었죠.
당시 철 지난 격언으로 평가받던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이 이제는 재평가받는 시대가 돌아온 듯합니다.
이런 불황 속 청년들의 현실은 수치로도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일단, 일자리 구하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지난달 양질의 일자리를 구한 청년이 지난해보다 4만 명 넘게 줄었습니다.
반면 아르바이트 성격의 일을 구한 청년은 2만 명 넘게 늘어났습니다.
청년층 취업자가 5개월 연속 줄고 있는데, 덩달아 고용의 질도 나빠지고 있는 겁니다.
팍팍해지는 지갑 사정에 돌려막기 하는 청년들도 늘었습니다.
3군 데 넘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저소득, 저신용 청년이 1년 새 4만 명이나 늘어서 46만 명에 달합니다.
[성태윤/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현재 전반적인 경기 사정의 악화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가운데 청년 계층의 채무가 특히 증가한 상황이고요. 이와 함께 노동시장의 취약계층인 청년 계층 등이 경기 침체에 보다 직격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기 개선 부분 그리고 가계대출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함께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다 보니,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최악에 치달았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청년층의 경제고통지수가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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