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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니 마을'의 눈물…"부인 말고 여기 와서 확인해 달라"

<앵커> 

저희는 학살이 벌어졌던 베트남 퐁니 마을에 가서 소송을 제기한 응우옌 티 탄 씨를 만났습니다. 응우옌 씨는 한국 국방부에 학살 사실을 부인하지 말고 자신의 마을에 와서 확인해 달라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김상민 기자입니다.

<기자>

55년 전 한국 해병대에 의해 주민 74명이 숨진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

여전히 주변에 살고 있는 응우옌 티 탄 씨는 반가운 얼굴로 취재팀을 맞았습니다.

1968년 2월 12일, 복부에 총상을 입은 8살 소녀는 죽거나 다친 가족을 보고도 손쓸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응우옌 티 탄/퐁니 사건 생존자 : 부엌에 가보니 언니가 거실과 부엌에 걸쳐 숨진 채 누워 있었습니다. 물탱크 쪽에 누워 있던 5살 동생도 입이 찢어져 피가 나고 숨을 헐떡거렸습니다. 동생을 지켜보면서 저는 울기만 했습니다.]

당시 멀찍이서 학살 현장을 지켜본 작은 아버지도 학살 주체가 '한국군'이었음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응우옌 득 쩌이/퐁니 사건 목격자 : 확실히 (가해자는) 한국 군인입니다. 저는 (남베트남) 농촌개발단 꽝남성 지부 회의로 한국군이 있던 '라이 응이' 지역에 자주 가서 마주쳤기 때문에 한국군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숨진 주민의 이름이 적힌 퐁니 사건 위령비에서는 여성에게 붙는 'THI'라는 글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맨 마지막에는 그해 태어난 이름 모를 신생아도 있습니다.

지난달 1심 승소 소식을 듣자마자 비로소 희생된 영혼이 안식할 수 있겠다고 했던 응우옌 씨는 정부의 항소가 확실시된다는 얘기를 듣자, 한국의 3심제를 몰랐다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응우옌 티 탄/퐁니 사건 생존자 : 정말로 이 재판이 제 마지막 재판인 줄 알았어요. 학살 이야기는 어디에도 못 가는, 나처럼 농사일로 고달프고 힘든 삶을 사는 사람이 지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서 우리 국방부에 이 말을 꼭 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응우옌 티 탄/퐁니 사건 생존자 : (한국) 국방부는 학살을 부인하면 안 됩니다.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 마을에 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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