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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숨만 쉬어도 돈 나간다…물가·이자·세금 모두 역대급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28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요즘 진짜 '팍팍하다, 살림살이' 이런 얘기 참 많이 하잖아요. 아무래도 물가가 많이 올라서일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좀 보니까 물가 오른 것 못지않게 세금이랑 이자도 꽤 많이 냈다고요?

<기자>

네. 지금 뉴스 보시면서 "어, 이건 우리 집 얘기인데" 생각하시는 분들 많을 것 같습니다.

수중에 남는 거 없이 사실 버는 그대로 빠져나갔는데 그렇다고 돈을 마음껏 쓴 것도 아니었잖아요.

나라와 지자체가 걷어간 세금과 건강보험료 같은 준조세들, 그리고 갚아야 했던 대출 이자 등으로 구성된 비소비지출이 가계소비에서 차지했던 비중이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인 가구까지 포함하도록 통계 내는 법이 바뀐 지난 2006년 이후로 이자와 세금 때문에 국민이 감내해야 했던 부담이 지난해 가장 컸다는 겁니다.

2022년 매달 가계 지출은 평균적으로 359만 600원 정도였습니다.

그중에 95만 600원이 세금성 비용들과 이자에 들어갔습니다. 가계가 쓴 돈의 26.5%나 차지했다는 겁니다.

<앵커>

정말 많네요. 역시 그래도 이자 부담이 지난해에는 가장 컸겠죠, 아무래도?

<기자>

네. 일단 이자입니다. 지난해 가구당 이자 부담은 매달 평균 9만 8천700원 정도로 집계됐는데요.

지금 너무 적은 거 같죠. 평균치입니다. 빚이 아예 없는 집이나 적은 집을 다 합해서 구하는 평균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흐름을 보는 건데요. 전년과 비교하면 무려 15.3%나 늘어난 겁니다. 이건 고스란히 금리가 급격히 오른 탓이었습니다. 

사실 지난해 갑자기 고금리가 닥치고 부동산 시장도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빚을 안 내서 각 가구당 빚의 크기는 오히려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거든요.

가구당 빚은 줄었는데 가구당 이자 부담은 두 자릿수로 늘었다. 그만큼 금리 상승세가 무서웠단 얘기입니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2021년만 해도 빚을 내면, 3% 미만의 금리를 적용받은 경우가 무려 64%를 넘었습니다. 지금 들으면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대출자는 그 반대로 60% 가까이가 4% 이상 금리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6~7%대 구간의 대출자 비중만도 10%를 넘겼습니다.

연말로 갈수록 이쪽이 늘었죠. 그러면 올해 이자 부담은 어떻게 될까 일단 연말연초에 7%대까지 치솟았던 시중의 가계대출금리는 최고구간이 6%대로 떨어지긴 했습니다.

그런데 조달금리, 은행들이 우리에게 대출 내줄 돈을 구할 때 들어가는 이자 비용이 다시 좀 늘어날 조짐이 보입니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게 가산금리를 낮춰서라도 대출자들의 금리 부담을 줄여주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긴 하지만요.

당분간 금리가 크게 낮아질 요인이 별로 안 보인다는 겁니다.

가산금리가 좀 떨어진다고 해도 지금 정도의 고금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걸로 보이고요.

올해는 지난해보다 이자 부담이 급증하는 모양새는 아니겠지만 부담이 큰 지금 상태에 당분간 머무른다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올해도 이자 때문에 조금 힘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봐야겠네요. 이자는 이자고 세금도 예년보다 훨씬 많이 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소득세나 재산세 같은 세금 비용이 2021년보다도 지난해에 10.6% 늘었습니다. 일단 소득세가 늘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들어서 집값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정작 부동산 관련 세금들은 집값이 폭등했던 2021년에 준해서 부과된 점이 큽니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금을 계산하는 기준을 조금씩 손봐서, 1주택자는 재산세를 비롯한 부동산 세금 부담이 좀 줄어들도록 유도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워낙 공시가가 높았다 보니까 많이 줄어들기는 힘들었던 거죠.

부동산 거래가 적어지다 보니까 거래할 때 발생하는 세금은 32% 가까이 줄었는데도 전체 세금 부담은 두 자릿수로 늘었습니다.

게다가 공시가격에 연동해서 오르는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비롯해서 사회보험료도 8%, 국민연금 같은 연금 적립하는 부담도 5.2% 늘었습니다.

그럼 세금은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3월에 공개되는 아파트 공시가격을 비롯해서 전체 공시가가 크게 떨어질 걸로 보이기 때문에 올해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은 일단 좀 더 골고루 줄어들 걸로 보입니다.

다만 물가가 크게 뛰면서 가계의 실질소득, 그러니까 사람들의 실제 구매력을 반영하는 소득은 사실상 전반적으로 줄어든 상태거든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은 이럴 때 소득세를 매길 때 이런 물가 상황까지 반영해서 매깁니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죠. 결국 올해도 물가와 함께 소득세 부담은 계속 커질 걸로 보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예고된 상태에서 이자와 세금 모두 지난해보다 급증하지는 않겠지만, 줄어들 요인은 부분적으로 부동산 정도에만 보이는 상황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빠듯한 살림에 내수 진작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세금과 이자 부담 역시 만만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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