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가 소송까지'…정순신, 임명 하루 만에 사의

<앵커>

검찰 출신으로 경찰국가수사본부장에 어제(24일)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오늘 사퇴했습니다. 아들의 학교 폭력 사건 때문입니다. 특히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이어간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먼저 손기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정 변호사는 입장문을 내고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런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측에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하고 가족 모두 반성하면서 살겠다는 입장도 덧붙였습니다.

아직 임기 시작 전이어서 지원을 철회하는 방식을 택했고, 대통령실은 곧바로 수용했습니다.

지난 2017년 한 유명 자율형 사립고에 다니던 정 변호사의 아들은, 동급생을 상대로 8개월 동안 언어폭력을 가하다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습니다.

다른 동급생들 앞에서 '제주도에서 온 돼지', '빨갱이' 등의 폭언을 일삼았고, 피해 학생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교가 강제전학 처분을 내렸지만 정 변호사 측은 불복했습니다.

당시 검사 신분이었던 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1심과 2심, 대법원까지 가해 정도가 심각하다며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어제 임명된 이후에는 경찰 안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가 무색하게 검찰이 경찰 수사권을 장악했다', '검찰 공화국의 완결판'이라는 등의 격앙된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의 임기가 오늘로 끝나, 당장 내일부터 전국 3만 수사 경찰에 대한 지휘 공백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경찰청은 "대행 체제를 확실하게 하고, 후임자 추천 절차를 서두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박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