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배송 의뢰받은 기사…"돌려주거나 배송해라"

<앵커>

한 배달 기사에게 의문의 약 봉투 배송이 의뢰됐는데 알고 보니 졸피뎀이라는 마약류였습니다. 놀란 기사가 배달 플랫폼에 이를 문의했는데 돌아온 대답이 황당했습니다.

박하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약국에 들어온 한 남성이 약 봉투를 보여주며 약사에게 뭔가를 확인합니다.

카카오 배송 플랫폼에서 배달 일을 하는 40대 김 모 씨인데, 의뢰받은 약 봉투에 수상함을 느끼고 약사를 찾은 겁니다.

5분 전 인근 한 야외 공영 주차장에서 받은 봉투 안에는 반투명한 캡슐 알약이 수십 개 들어 있었습니다.

도착지도 집이 아닌 우편함이었습니다.

[김 모 씨/'카카오 T 퀵' 배송기사 : 보통은 퀵을 보내면 포장을 해서 저희가 못 보게 하거든요. 근데 이 사람은 이렇게 그냥 접어놨어요.]

약국에서 확인한 결과 캡슐의 이름은 '산도스 졸피뎀', 통상 수면제로 쓰이지만 의존성 등의 이유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규정돼 있고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품입니다.

졸지에 마약류 운반책으로 몰릴 수 있다는 생각에 카카오모빌리티 측에 문의했지만, 돌려주거나 배송하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김 모 씨/'카카오 T 퀵' 배송기사 : 이거 불법적인 약인데 이거 돌려준다고 하면 그 사람이 나를 해코지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김 씨가 경찰서를 직접 찾아 경찰이 회사에 연락하고 나서야 배송 취소와 기록 삭제 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불법 의약품에 대해서는 의사 처방전 여부 확인과 수사 기관 신고 등의 절차를 담은 내부 운영 가이드가 있었는데, 제대로 안내되지 못했다며 다시 내부 교육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약을 압수한 경찰은 배송을 의뢰한 20대 남성과 구매 시도자에 대한 신원을 파악한 뒤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